제주도가 5일 서귀포시 제주헬스케어타운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외국 의료기관 ‘녹지국제병원’의 설립을 허가하며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제주도민을 비롯해 시민사회노동자단체들은 물론 의료계까지 공론조사위원회 권고를 무시한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내국인 진료와 관련해서는 허용해달라는 병원 측과 외국인 전용으로 개설허가를 했다는 제주도 간의 소송전도 벌어질 전망이다.
이 가운데 사안을 원점으로 돌릴 내용이 확인됐다. 사업시행자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이 녹지국제병원을 설립할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만약 설립자격이 안 될 경우 영리병원의 설립자체가 적법절차에 의해 이뤄지지 않은 만큼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는 2015년 12월 18일, “제주도가 요청한 외국의료기관(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를 승인하기로 결정했다”며 “사업계획서 검토결과 투자적격성 등 법령 상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서 법령상 요건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과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로 법인의 종류와 자본금, 외국인 투자비율, 투자 실행가능성, 국내 보건의료에 미치는 영향, 응급의료체계 구비 등의 조건과 제한사항을 담고 있다.
문제는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 제16조 ‘의료기관 개설허가의 사전심사’에 언급된 내용이다. 조례에는 “법인은 제주특별법 제307조에 따른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신청하기 전에 도지사에게 다음 각 호의 사항이 포함된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의료기관 개설허가 사전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사업계획서에 포함돼야할 사항은 ▲개설한 의료기관 명칭, 대표자, 규모, 위치, 개설시기 및 시행기간 ▲의료사업 시행내용, 인력 운영계획 및 개설과목 ▲사업시행자 유사사업 경험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 투자규모 및 재원조달방안, 투자 실행가능성 ▲토지 이용계획 및 주요 관련 사업계획 ▲도내 고용효과 등 경제성 분석 및 보건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 등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들 사항 중 3호에 해당하는 ‘사업시행자의 유사사업 경험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에 대한 검토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 같은 문제제기에 “사업계획서는 사업자가 비공개를 원하고 있어 부득이 관련 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면서 “검토 당시 외국 의료기관 운영경험 등에 대한 자료는 없었다”고 답했다.
복지부가 제시한 사업계획서 승인 당시 검토사항이라며 공개한 내용에서도 ▲외국인 투자법인으로서의 개설 법인 요건 ▲500만 달러 이상의 자본금 ▲외국인 투자비율 50% 이상여부 ▲응급의료 대처 및 이송 체계 구축 ▲관리감독체계가 전부다.
결국 조례에서 정하고 있는 사업계획서에 포함됐어야 할 사항이 누락된 채 사업계획서가 승인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사업계획서에 내용이 포함됐는지 여부를 떠나 문제는 남아있다. 조례에서 의료기관 운영경험을 필수조건으로 삼은 이유가 국내에서의 의료기관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시행착오를 줄여 환자의 건강과 생명, 안전을 지키기 위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업계획서 상 사업시행자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는 1992년 7월 설립된 중국 최대의 국영 부동산 개발업체로 본사를 상하이에 두고 있는 ‘녹지그룹’이 100% 투자한 외국인 투자법인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한 경험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부동산’ 전문기업의 자본으로 만들어진 회사다.
이와 관련 보건의료노조 박민숙 부위원장은 “사업계획서 승인요건에는 의료기관 운영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요건이 있다. 그러나 녹지병원을 운영할 중국자본은 의료기관 운영경험이 전무한 부동산 재벌로 알려진 곳”이라며 “사업승인의 특혜와 편법, 꼼수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절차상 하자가 있으므로 반드시 사업계획서 승인은 요건미비로 취소돼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복지부는 “사업계획서는 2015년에 승인됐고, 최종결정은 제주도지사가 내린 것”이라며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인 병원의 개설허가여부에 관여할 여지는 많지 않다. 녹지국제의 경우에도 법에서 정한 절차에 의해 허가가 이뤄진 만큼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는 답만을 반복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