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여성계의 오랜 숙원이 다소나마 풀릴 듯 보인다.
지난 2월 서지현 검사의 고발 이후 우리 사회 각계로 확산된 미투 운동 이후 국회에는 소위 ‘미투 법안’이 쏟아져 나왔다. 강력 흉악범죄 피해자 중 여성비율은 89%로 여성의 안전은 이미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며, 여성의 51%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각종 폭력으로 일상생활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
강남역 살인 사건을 시작으로 문화예술계 성폭력 사건, 등촌동 전처 살해사건 등 전 분야에 걸쳐 최근까지 수많은 여성폭력범죄가 발생했다. 여성폭력은 가정폭력, 성폭력을 비롯해 데이트폭력, 스토킹 범죄, 불법촬영 등 다양화 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되면서 여성계에서는 ‘법안만 내고 통과는 안 시키는 국회는 각성하라’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기자회견을 갖고 ‘미투 법안 발의안만 쏟아낸 국회를 규탄한다’며 법안 처리를 강력히 요구하기도 했었다. 잇따른 성범죄 피해 고발을 통해 여성들은 ‘이렇게는 못 살겠다’며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는 여러 의미를 갖는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해당 법안은 ‘미투’ 운동을 위시한 여성폭력 근절의 핵심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그동안 국가는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 개별법으로 규정된 범죄 피해자만 지원할 뿐 데이트폭력, 스토킹, 디지털 성폭력 등 새롭게 등장하는 신종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명시하지 않았고, 가해자와 피해자에게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서 검사의 미투 폭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여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공헌, 젠더폭력방지기본법 제정을 약속했었다. 그리고 정춘숙 의원은 2월 21일 새롭게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 개념을 정의하고, 국가가 나서서 범죄자 처벌 및 피해자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을 대표발의했다.
이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의 주요 내용은 크게 5가지로 정리된다. ▲여성폭력 개념 규정 및 피해자 지원·보호체계 강화 ▲여성폭력방지 기본계획 및 연도별 수행계획 수립 근거 마련 ▲일관성 있는 국가통계 구축 ▲여성폭력 특수성 반영한 피해자 지원 시스템 마련 ▲여성폭력 예방 위한 폭력예방교육 체계 재정립 등.
국회 통과로 인해 앞으로 여성에 대한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입법공간이 마련된 것은 큰 성과로 판단된다. 2차 피해가 최초로 정의되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지침마련과 교육 등 국가 책무가 부과된 점도 눈에 띈다.
또한, 피해자 정보 보호 시책, 종합적인 여성폭력 통계의 구축, 여성폭력방지위원회의 운영 등 구멍 난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체계의 사각지대도 일정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의원은 “새롭게 등장하는 신종 여성폭력에 대한 종합적인 국가책임이 불명확했지만,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정으로 개별법으로 보호받지 못했던 여성폭력의 사각지대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아쉬운 대목도 존재한다.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발의 원안이나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의결된 안과는 상의한 결과로 통과된 부분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령, ‘성별에 기반한 폭력’이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좁혀져 남성·아동·청소년 등 남성 피해자를 정책 개념상 포괄하지 못한 한계가 그것이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원안대로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해 아쉬움도 남아있지만, 시행을 앞둔 남은 1년 동안 보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