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에 참여한 국군 장병의 유전정보(DNA)가 본인의 동의 없이 빼돌려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보건복지부가 위법사항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국방부와 ‘헌혈혈액 보관검체 군 전사자 등 신원확인 연계시스템 공동협약’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의 주장처럼, 복지부는 지난 2014년 1월부터 국방부와 공동협약을 체결, 헌혈한 혈액으로 유사시 군 전사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김 의원은 이 과정에서 복지부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 41조와 제 42조를 위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현행 ‘혈액관리법’에 따르면, 혈액관리업무는 대한적십자사가 담당한다. 실제로 적십자사와 국방부는 1982년 군 혈액공급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고 2016년까지 군부대 단체헌혈을 독점적으로 진행해 왔다.
그러나 김 의원에 따르면, 2014년 복지부와 국방부는 대한적십자사의 혈액원에 보관된 ‘혈액 검체’ 일부를 군 전사자 등의 신원확인용 시료로 ‘제공’하는 공동협약을 체결했다. 현행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인체유래물은행’로 허가 받은 기관에 한해 인체유래물이나 유전정보 등을 수집·보존하여 이를 직접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할 수 있지만, 적십자사는 인체유래물은행으로 허가받은 사실이 없다는 것이 김 의원이 지적하는 부분이다.
참고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 41조에 따르면, 인체유래물은행을 개설하려는 자는 보건복지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법에 따라 인체유래물은행은 인체유래물연구에 쓰일 인체유래물을 채취할 때는 채취 전, ‘인체유래물 기증자로부터 서면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복지부의 ‘2014년 1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연도별 헌혈 건수·시스템 보관 검체 수·서면동의서 제출 현황’을 보면, 국군장병 헌혈 검체는 총 211만4677건이 체취 됐고, 이 중 서면동의서를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
김 의원은 복지부가 법 위반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최소 200억 원 절감한다는 대대적 홍보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복지부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적십자사의 혈액 검체 채취·보관 목적은 '전사 및 순직 장병·군무원의 신원확인'을 위해서이며 ‘생명윤리법’ 상의 ‘연구 목적’이 아니므로, ‘인체유래물은행 허가 및 채취 동의 등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생명윤리법’ 제2조(정의) 13은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인체유래물은행이란 인체유래물 또는 유전정보와 그에 관련된 역학정보, 임상정보 등을 수집·보존하여 이를 직접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하는 기관을 의미한다’
김 의원은 대한적십자사는 ‘국가기관’이 아닌만큼 법률 위반이 맞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복지부는 서면동의서와 관련해 ‘혈액관리법’ 시행규칙 제12조 제1호 서식에 따라, 채혈 전 ‘헌혈기록카드’ 작성을 의무화 하고 있어, MOU 체결 이후 검체보관 관련 서면동의서를 받은 사례는 한 건도 없다는 답변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생명윤리법’ 제 42조 어디에도 ‘헌혈기록카드’ 작성으로 서면동의서를 대체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김승희 의원은 “지난 4년간 211만 명의 군 장병이 헌혈을 하고 같은 수의 DNA 시료가 보관됐지만 서면동의서는 단 한건도 제출되지 않았다”며 “정부가 관행적으로 이뤄진 위법 사항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탓”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군 전사자 신원 확인을 위한 대비는 필요하고, 부처 간 협업으로 예산을 아끼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법 위법사항 여부를 확인하여 필요하다면 법적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 또한 정부의 역할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