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perfume)란 단어는 ‘연기를 통해서’라는 의미를 가진 라틴어 ‘페르 푸무스(per fumus)’에서 유래됐다. 고대 문명에서 신과 교감하기 위해 향기가 배어나오는 나무를 태우거나 즙을 몸에 바르는 행위에서부터 시작됐다는 풀이다.
이처럼 인류는 오래전부터 향을 사용해왔고, 의미를 담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현대사회에서도 그 목적은 별반 다르지 않다. 상대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또는 상대를 매료시키기 위해, 때론 악취를 덮기 위해 사람들은 향수를 사용한다.
하지만 향수냄새를 맡으면 천식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가 있다. 피부에 발진이 생기기도 한다. 알레르기와 같은 전신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다. 특히 현대에는 자연에서 추출한 물질만이 아닌 인공적으로 합성한 화학물질을 원료로 사용하기도 해 문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향수를 뿌린 뒤 색소침착, 가려움증, 발진과 같은 피부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향수를 뿌린 피부를 햇볕에 노출할 경우 빛 속 자외선이 향수성분과 작용해 광독성(빛에 의해 유도되거나 증가하는 독성) 피부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더구나 일부 향수에는 최근 한 온수매트에 사용됐다며 논란이 된 유해 환경호르몬 추정물질인 프탈레이트(phthalate) 계통의 화학물질이 들어가기도 한다. 이들 프탈레이트계 중 일부는 불임이나 고환암 등 생식기능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남자아이에서 문제가 된다. 남자아이를 임신한 임산부가 태아의 생식관이 형성되는 시기인 임신 8~12주 사이에 프탈레이트계 화학물질이 함유된 향수나 화장품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위험성이 높다.
아로마치료(Aromatherapy, 향기요법)도 안심할 수는 없다. 향기요법에 사용되는 원료인 정유(에센셜 요일, essential oil)는 고도로 농축돼있다. 따라서 정유를 매개유(캐리어 오일, carrier oil)에 희석해야하는데 이를 직접 피부에 사용하면 발진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매개유로 라임이나 레몬과 같은 감귤류 껍질에서 추출한 기름 등을 사용할 경우 광독성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들을 매개유에 희석해 피부에 바른 뒤 1시간 이내에 햇빛에 노출하면 광독성 피부염이 생기고, 심하면 피부세포의 유전자 변이가 생길 수도 있다.
정유 중 일부는 많이 사용하면 피부 등 신체부위에서 민감한 반응을 일으키는 화학성분이 들어있기도 하다. 원료식품을 재배하면서 농약을 사용한 경우에는 농약으로 인한 알레르기가 생길 수도 있다.
치료 목적으로 정유 섭취를 권하는 사람도 있는데, 독성이 강한 정유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전문가의 처방을 받는 것이 좋다. 페놀(phenol)과 테르펜(terpen) 성분이 들어있는 유칼립투스(Eucalyptus)에서 얻은 정유는 찻숟가락으로 하나 정도만 마셔도 간 기능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고, 4~5㎖를 마시면 심각한 중독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한다.
샐비어(salvia), 우슬초(hyssop), 측백나무, 참죽나무에서 채취한 정유를 섭취했을 때에는 간 손상과 경련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질병치료를 위해 복용하고 있는 약물이 있는 경우 향기요법에 사용하는 정유와 상호작용을 일으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양기화 전 국립독성연구소 독성부장은 저서 ‘우리 일상에 숨어있는 유해물질’에서 “항응고제인 와파린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에게 살리실산메틸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자작나무나 북미 원산인 바위앵도류의 관목에서 채취한 정유를 사용하는 경우 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혈압에 영향을 미치는 정유도 소개했다. 흔히 심리적 안정 등을 목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라벤더 정유를 오래 사용하면 혈압이 내려가고, 피로회복과 집중에 좋다고 알려진 로즈메리 기름은 혈압을 상승시키는 효과도 있어 각각 저혈압 환자나 고혈압 환자에게는 사용에 주의해야한다.
이와 관련 양 전 부장은 “향기요법에 사용하는 물질이나 향수의 원료를 분석하기에는 이들의 가격이 비싸 보통 호흡을 통해 폐로 들어가는 화학물질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호흡독성시험 등 인체에 미치는 위해성을 확인하는 실험을 하기가 쉽지 않다. 제조사들이 성분을 기재할 의무도 없어 위해물질 사용여부를 확인하기도 어렵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최근 향기산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샴푸와 샤워젤, 탈취제, 청소용품, 공기청정제, 각종 세제, 연화제는 물론 화장지 등에도 향기를 입힌 제품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제품 대부분은 인공적으로 합성한 화학물질을 첨가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문제될 수도 있어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휘발성 유기화합물 중 일부는 두통, 어지럼증, 설사, 우울증 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증상들은 다양한 원인들에 의해 올 수 있어 향수를 비롯한 향기제품만을 범인으로 지목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증상들이 향기 제품의 사용과 관련해 나타날 때는 한 번쯤 의심해볼 만하다”며 유의사항을 몇 가지 제안했다.
그에 따르면 향수를 직접 피부에 뿌리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흔히 귓바퀴 뒷부분이나 손목 등에 살짝 바르는데 볕이 강한 계절에는 향수 사용을 피하거나 해당 부위를 빛에 노출하지 않도록 유의해야한다.
둘째, 구입할 때나 사용할 때는 라벨에 적힌 성분을 확인하면 어렵지만 도움이 된다. 특히 구입할 때는 앞서 이야기한 프탈레이트 계열의 성분이 포함됐는지 확인하고, ‘프탈레이트 프리(phthalate-free)’라고 표시된 제품은 일단 안심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사용 전 유통기한을 먼저 확인하고, 금지된 화합물은 없는지, 향기요법에 사용하는 정유 등을 안전한 곳에 보관하고 있는지 잘 살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적어도 호기심에 어른이든 아이든 섭취하는 것을 막고 빛이 직접 비치는 곳에 둬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