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도 먹어도 끊임없이 허기가 지고, 목이 마른 이들이 있다. 같은 양을 먹어도 살이 더 많이 찌고, 호르몬 혹은 신경세포의 문제로 식사량을 조절하는 것조차 어렵다. 체온조절도 불규칙해 하루에도 몇 번씩 옷을 갈아입어야하고, 호흡장애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충남 당진에 살고 있는 5살 여자아이 서현이의 이야기다. 서현이는 현재 전국에서 2명뿐인 ‘로하드증후군(ROHHAD syndrome, Rapid-onset Obesity with Hypoventilation, Hypothalamic disfunction and Autonomic Dysregulation syndrome)’ 환자다.
EBS 1TV에서 11일 오전 재방송한 ‘메디컬다큐 7요일’, ‘항상 배고픈 아이-로하드 증후군’편에서 소개된 서현이와 그 가족의 이야기는 실시간 검색어에 수시간 상위권에 오르며 전국단위의 관심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현재 서현이가 앓고 있는 로하스 증후군은 전 세계에서 100여명을 괴롭히고 있는 희귀질환이자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불치병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1.5세에서 11세 사이에 첫 징후가 나타나며 20살을 전후에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른다.
서현이의 경우 2살 때부터 식욕이 왕성해지고 체중이 급격히 늘어나는 초기 증상이 나타났다. 교감신경계인 신경세포에 악성 종양이 발생하는 ‘신경모세포종’으로 종양제거를 하고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식탐은 계속됐고, 3살경 로하스증후군으로 진단을 받았다.
현재 5살인 서현이의 체중은 47.4kg. 또래 아이들의 평균 체중보다 3배 이상 된다. 하지만 먹을 것을 줄이기도 쉽지 않다. 시상하부의 포만중추와 음수중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끊임없이 무언가를 먹고 싶다는 충동이 일고, 조금만 허기가 져도 공격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운동도 어려운 상황이다. 질환 특성상 폐포(허파꽈리)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폐포호흡 저하증상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한 번 숨을 쉴 때 서현이는 두 번, 세 번 숨을 쉬어야해 일상생활에서조차 호흡곤란에 시달린다.
체온조절도 원활하지 않아 손발이 차고 땀이 많이 나며, 고열과 저체온증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자율신경 조절 장애로 인해 사시나 변비, 설사 증상을 보이기도 하며 심장박동이 느려지는가 하면 신경말단에 종양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현재 명확한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로하스 증후군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서도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다. 단지 평소에는 운동과 식사조절로 체중관리를 하고, 증상이 나타나면 그에 맞는 치료를 시행하는 대증요법이 전부다.
문제는 서현이네에겐 그마저도 쉽지 않다. 로하스 증후군에 대한 치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경제적인 부담인 큰데다 7년 전 귀농을 했지만 가진 땅도 없어 다른 사람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고 있어 치료비와 생활비를 벌기도 마뜩찮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서현이 어머니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방송에서 서현이 어머니는 “치료법이 개발될 때까지 만이라도 서현이가 살아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서현이에 대한 사랑을 내보였다. 한편, 이 같은 사연이 알려지자 소식을 접한 이들은 “가슴이 먹먹하다”는 등의 안타까움을 전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