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밀양세종병원 화재사건을 잊었나”

“국회는 밀양세종병원 화재사건을 잊었나”

기사승인 2018-12-12 09:57:10

밀양세종병원 화재사건 등 대형사건이 연일 터지며 의료기관의 안전문제가 화두다. 정부는 환자의 안전을 위해 각종 시설 기준을 개선하고 의료기관의 이행을 요구하며 일부 공사비 등의 지원도 약속했다. 그렇지만 국회가 이를 외면해 안전확보에 시일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월 26일, 경상남도 밀양시에 위치한 세종병원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의사 1명, 간호사 1명, 간호조무사 1명을 포함해 46명이 사망하고 109명이 부상을 당했다. 짧은 시간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주요 원인으로는 ‘스프링클러’ 문제가 꼽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월 29일,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소방청, 경찰청 합동 브리핑에서 “이번 사고는 정부가 그간 놓치고 있던 화재안전관리상의 미비점을 드러냈다”면서 사건을 계기로 중소병원까지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복지부는 민관합동으로 전국 약 29만개 건축시설 및 보건복지시설, 생활여가시설 등을 대상으로 ‘국민안전 대진단’을 추진, 취약시설을 점검했다. 소방청도 발맞춰 30병상 이상 병의원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한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만들고, 지난 6월 27일 입법을 예고했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30병상 이상 중소병원들의 스프링클러 설치를 위한 삽질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구나 최소 6개월 이상은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2019년도 정부예산에 스프링쿨러 설치지원분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연의 조짐은 계속해서 있어왔다. 당초 복지부는 스프링클러 설치를 위해서는 리모델링 수준의 공사가 이뤄져야하는 만큼 영세한 중소병의원들이 이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을 수렴, 지원이 필요한 1066곳을 선정해 1억700만원씩 지원할 수 있도록 1148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재부는 “민간의료기관은 예산으로 지원하지 말고 융자 형태로 지원하는 것이 옳다”며 예산 전액을 삭감했다. 그럼에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예산결산소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복지부는 국고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막판까지 기재부를 설득했다.

종국에는 이명수 보건복지위원장까지 나서 “일선 병원의 스프링클러 설치지원 사업비가 2019년도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했는데, 현재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 중소병원한테는 스프링클러 설치를 위한 비용을 정부 재정으로 지원해야 마땅하다”고 기재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에 결국 기재부도 지방 취약지를 중심으로 지원이 절실한 의료기관들을 선별해 3년간 25억4700만원씩 총 85억원을 지원하는데 동의하고 이를 2019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에 상정하기로 합의했다. 

문제는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며 터졌다. 여야가 정치현안으로 극렬히 대립하면서 상임위원회들 또한 일을 하지 못했고, 당연하지만 국회 복지위 또한 예산소위에서 논의해 기재부가 합의한 수정예산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하지 못해 인준을 받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국회의장은 직권으로 정부가 9월 30일 처음으로 제출한 2019년도 예산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며 수정안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사태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와 관련 병원계 관계자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의무를 지워야하는 것 아니냐”며 “병원들 또한 환자의 안전을 위해 감내하는 부분들이 있지만 정부가 내몰기만 하고 국회가 외면하면 답이 없다”고 스프링클러 예산반영 실패 소식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복지부 관계자 또한 “어렵게 합의를 이끌어내며 끝까지 예산 반영에 대해 기대 했지만, 결국 국회 예결특위에서 논의되지 못했다. 내년 추가경정예산 때를 다시 기다려 봐야할 것 같다”고 아쉬운 마음을 표현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국토교통부가 오는 2019년 시행 예정인 ‘화재안전성능보강 지원 시범사업’을 통해 지원을 일부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총 96억원, 내년도 예산 9억6000만원이 책정돼 의료기관을 포함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건축물의 안전성능 보강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반면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화재안전성능보강 지원 시범사업의 지원기준 자체가 가연성 소재를 사용한 시설 등 안전이 취약한 건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지원대상에 의료시설이 들어가지만 여기에 해당하는 병원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복지부 추가경정예산에 반영되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전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