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고양시장이 수익성에만 치중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개발방식을 문제 삼으며 LH측에 공공택지지구 주민을 위한 사회기반시설을 적극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고양시장은 11일 주요현안 직원간담회에서 “택지개발로 인한 이익은 LH가 얻고 공공시설, 문화·복지시설, 주차장, 도서관 등 주민 삶에 필수불가결한 기반시설 건립비용은 고양시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불합리한 상황”이라며 LH 공공택지 개발사업의 문제점을 대놓고 꼬집었다.
LH는 현재 고양시에서 삼송, 원흥지구를 비롯한 5개의 공공택지지구와 덕은 도시개발사업지구까지 총 6개의 택지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의 행정·복지수요도 더욱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법령에 따르면 공공택지지구 내 공공시설, 문화·복지시설, 주차장, 도서관 등 사회기반시설은 지자체가 조성해야 한다. 이에 따라 고양시가 향후 LH로부터 부지를 매입해서 지어야 할 기반시설은 무려 52곳에 달하며 토지매입비만 해도 4000억 원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이 시장은 “기존에 있던 공공청사 부지까지 지자체에 비싼 값에 매입하라고 하는 LH의 행태는 서민을 위한 양질의 주택공급을 하겠다는 공공개발의 당초 취지를 무시한 채 땅장사를 하겠다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 시장은 또 “택지지구 내 문화·복지시설 설치가 마치 확정된 것처럼 주민들에게 홍보하고 정작 분양 후에는 필요하면 지자체가 부지를 매입해서 직접 지으라는 ‘나 몰라라’식 개발방식은 무책임함의 극치”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LH의 택지개발 방식이 지자체 재정부담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민·관 사이의 갈등과 대립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많다. 주민 공공시설 부족은 곧 지자체를 상대로 한 집단민원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삼송지구 5500여 주민들이 수년째 방치된 문화·복지시설 부지를 조속히 매입해 개발할 것을 요구하는 집단민원을 고양시에 제기했지만 부지매입비만 수백억 원을 넘고 건축비용까지 포함하면 수천억 원에 달하다 보니 시 재정여건으로는 해결이 쉽지 않은 상태이다.
이 시장은 “공공을 외면한 LH의 공공택지개발에 지자체의 재정부담이 가중되고 105만 고양시민의 고통도 지속되고 있다”면서 “LH는 주민을 위한 사회기반시설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LH의 책임 떠넘기기가 계속될 경우 향후 경기도 31개 시장·군수와 연대해 문제해결을 촉구할 것”이라며 연대대응 의지를 피력했다.
이와는 별도로 LH가 공공개발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고양지역 전반에 불신이 커져가고 있다. 정부가 지난 9월 발표한 3기 신도시의 유력 후보지로 알려진 고양시 원흥지구 일원의 LH 개발계획 도면이 유출됨으로써 LH가 오히려 부동산 시장의 혼란만 키웠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양=정수익 기자 sag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