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에서 여성인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하고, 발 벗고 나서 여성폭력의 종합적 지원방안을 피해자 관점에서 마련하겠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여성폭력근절 특별위원회 위원장의 말이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 위원장은 특히 여성 분야에 있어 독보적인 ‘내공’을 자랑한다. 90년대 초반부터 ‘한국여성의전화’ 간사로 시작해 인권부장, 사무국장, 상임대표 등을 두루 거치며 2016년 20대 국회에 입성한 이후 비례 초선임에도 여가위 야당 간사로 활동하게 된 것은 여성인권 전문가로서의 역량 때문이다.
이번 특위는 당내 구성된 별도의 조직이긴 하지만, 다루는 의제가 사회적 관심사인 만큼 활동범위는 꽤 클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민주당은 여성폭력근절특위 구성과 관련해 여성가족부·교육부·법무부·과기부·경찰청·방송통신위원회·국무조정실 등 7개 부처 등과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 위원장이 발의했던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여성문제와 관련한 그의 역할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 위원장은 “그동안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 등 개별법으로 규정된 범죄 피해자에 한해 지원이 이뤄졌을 뿐”이라며 “신종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에 대해 국가의 책임 명시도 없었을뿐더라 가해자와 피해자에게 꼭 필요한 조치도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촉발된 미투 운동이 우리사회 각계로 확산되자, 지난 2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여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며 (가칭)젠더폭력방지기본법 제정을 약속했었다. 일주일 후 정 위원장은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여성에 대한 폭력의 개념을 새로이 정의하고 가해자 처벌 및 피해자 지원에 정부가 나서는 한다는 최초의 법적 근거가 포함됐다. ‘미투 1호 법안’으로 불리며 국회 통과에 촉각이 모인 이유다.
이후에도 여러 ‘미투 법안’이 속속 발의됐지만 계류 상태에 머물렀다. 그 사이 등촌동 전처 살해사건 등 가정폭력과 디지털 성범죄, 데이트폭력 등이 신문지상을 달궜다. 미투 법안의 국회 통과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하는가 하면 지난달 29일에는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기자회견을 통해 ‘미투 법안 발의안만 쏟아낸 국회를 규탄한다’며 법안 처리를 강력히 요구했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천신만고 끝에 통과됐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원안 및 여가위에서 의결된 안과는 달리 ‘성별에 기반을 둔 폭력’이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좁혀져 남성·아동·청소년 등 남성 피해자를 개념상 포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 위원장은 “신종 여성폭력에 대한 종합적인 국가책임이 불명확했지만,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정으로 개별법으로 보호받지 못했던 여성폭력의 사각지대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면서도 “원안대로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해 아쉬움도 남아있지만, 시행까지 남은 1년 동안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