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한파 속 '극한 노동자' 건강 주의보

겨울 한파 속 '극한 노동자' 건강 주의보

기사승인 2018-12-17 10:24:01

본격적인 겨울에 접어들면서 각종 직군 근로자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특히 야외에서 장시간 근무해야 하는 환경미화원이나 배달서비스 종사자, 건설노동자들에게 추운 날씨는 곧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이어진다. 이들 직종은 종사자들의 평균 연령대가 높아 작은 사고라도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창원자생한방병원 최진서 원장의 도움말로 ‘겨울철 열악한 근무환경으로부터 건강 지키는 노하우’에 대해 알아보자.

◇연간 28만톤 낙엽 치우는 ‘환경미화원’, 척추 염좌·디스크 부를 수도

환경미화원들은 계절별로 노동 강도가 다르다. 봄에는 떨어진 벚꽃 잎을 치우고 여름에는 우수관(빗물을 배수하는 시설)을 뚫어야 하며, 가을에는 낙엽을 쓸고 겨울에는 제설도 한다. 이 중에서도 환경미화원들에게 가장 힘든 시기는 겨울철이다. 이들은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1월 말까지 낙엽과의 전쟁을 펼친다.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약 210만 그루 이상의 가로수가 식재돼 있다. 보통 가로수 한 그루에서 발생하는 낙엽의 양은 100kg 정도로, 210만 그루에서 매년 약 21만톤의 낙엽이 발생하는 셈이다. 여기에 가지치기로 7만톤 정도가 추가 수거되는 것을 감안하면 연간 낙엽량은 28만톤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낙엽을 치우는 작업은 지속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주시해야 하기 때문에 경추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또한 낙엽을 가득 담은 봉투를 옮기는 일도 잦아 허리를 다치기 쉽다. 반복되는 청소 작업은 척추 주변 근육과 인대를 약화시켜 경추와 요추에 염좌를 일으키거나 심한 경우 추간판(디스크) 질환까지 야기할 수 있다.

창원자생한방병원 최진서 원장은 “겨울철 기온이 떨어지면 신체 근육과 인대가 전반적으로 경직되면서 척추 부상을 당할 위험이 높다”며 “작업 전후와 업무 틈틈이 스트레칭을 해주고 무거운 짐을 들 때는 무릎을 굽혀 천천히 양손으로 들어올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빙판길서 ‘꽈당’…‘배달서비스 종사자’ 이륜차 낙상 주의보

한국은 배달 강국이다. 빠르고 편리한 배달 서비스의 중심에는 이륜차가 있다. 이륜차는 음식이나 우편 배달, 퀵서비스 등으로 많이 활용되는 이동수단이다. 승용차 운행이 불편한 골목이나 언덕 등에도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으며 주∙정차도 간편하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륜차는 기후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또한 운전자를 보호할 차체가 없다 보니 외부 충격에 그대로 노출돼 작은 사고도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응급실 손상환자 심층조사’를 살펴보면 업무용(배달서비스) 이륜차 사고의 손상 부위는 머리, 목 부위가 28.9%로 가장 높았으며, 하지 부위가 24.8%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손상 양상으로는 타박상, 열린 상처가 37.4%, 골절 28.2% 순이었다.

겨울철에는 미끄러운 빙판길로 인해 낙상사고가 빈번히 일어난다. 숙련된 배달원도 눈길에서 넘어지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이륜차에서 낙상할 경우 근·골격계 부상 및 골절 등의 위험이 높다. 낙상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헬멧 등 보호장비 착용이 필수적이다. 또한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이륜차에 문제가 없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한파에 옥외 작업 잦는 ‘건설노동자’, 저체온증 조심해야

건설업은 옥외산업으로 기후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그만큼 한파 작업 시 한랭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폭염 시기에 실외 작업을 중단하거나 단축 근무를 하는 것과 달리, 한파는 법제화된 근로자 보호규제가 없다. 한랭질환으로 인한 재해가 온열질환에 비해 적고 직접적 원인을 찾기 힘든 탓이다. 안전보건공단이 ‘한랭질환 예방가이드’를 제작해 배포하고 있으나 실질적 예방기능은 다소 미흡한 실정이다.

고용노동부 산하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11월까지 총 26명에 대한 한랭질환에 의한 산업재해 승인이 이뤄졌다. 연도별로는 2014년과 2015년 각각 1건에서 2016년 6건, 2017년 7건, 올해는 11건으로 늘었다. 이달부터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되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산업현장에서의 한랭질환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장시간 야외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한랭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대표적인 한랭질환은 저체온증으로,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질 경우 발생한다. 저체온증이 지속될 경우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며 오한, 호흡장애 등의 증상이 발생해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창원자생한방병원 최진서 원장은 “저체온증이 발생했다면 담요나 침낭 등으로 체온 손실을 최대한 막고 의식을 잃은 경우에는 신속하게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며 “겨울철 외부 활동을 할 때는 체온 유지를 위해 내복 등 얇은 옷을 여러 벌 겹쳐 입고, 근무 중 동료들끼리 건강 상태를 자주 체크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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