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뇌는 가능성이 많은 여러 갈래 길이고, 중년의 뇌는 고속도로라고 할 수 있죠."
뇌과학 분야 권위자 서유헌 가천대뇌과학연구소장은 “잘 관리한 중년의 뇌는 실생활에서 오히려 젊은이의 것보다 뛰어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이는 개인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고 조건을 붙였다. 나이 들어서도 쌩쌩한 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새로운 자극과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12월의 어느 날 서 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사람의 뇌세포는 태어난 이후로 계속 증가하다가 기본성장이 끝나는 20세 전후로 분열을 멈춘다. 이후에는 매일 수만 개씩 사라지고, 한 번 사라진 뇌세포는 재생되지 않는다.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은 정상이다.
그러나 뇌의 질적 기능은 나이가 들어도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 서 소장의 설명이다. 서 소장은 “우리 뇌에 있는 하나의 신경세포를 중심으로 수억 개 이상의 회로(시냅스)가 생성될 수 있다. 쓰면 쓸수록 기존 도로가 넓어지고, 새로운 도로가 계속 만들어지는 원리”라며 “비록 하루에 신경세포 수만 개가 사라지더라도, 중심 신경세포에 붙은 가지 회로(시냅스)는 쓸수록 새로 생기고 넓어지기를 반복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충분한 경험적 지식을 축적한 중년의 뇌는 기억력, 창의력은 부족하더라도 상황대처능력 면에서 20대보다 좋을 수 있다”며 “특정 기능을 갈고 닦고 연마한 중년의 뇌는 마치 고속도로와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년의 ‘고속도로 뇌’는 세월이 거저 주는 선물은 아니다. 얼마나 좋은 경험을 축적했느냐,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느냐에 달려있다. 서 소장은 “노력하지 않은 사람은 뇌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뇌신경 회로는 자동으로 좋아지지 않고, 사용하지 않으면 잃어버리기 마련”이라며 “뇌건강을 위한 첫 번째 원칙은 ‘뇌를 사용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책을 읽고 글도 써보고, 말하고 움직이면서 자극을 줘야 건강한 뇌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뇌를 혹사시켜서도 안 된다’고도 당부했다. 서 소장은 “뇌를 욕심내서 너무 많이 사용하려 해도 좋지 않다. 좋아서 하는 일은 뇌에 좋은 자극을 주지만, 억지로 하는 일은 뇌에 나쁜 스트레스를 줘 뇌세포를 죽게 한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호기심을 잃지 않는 자세다. 서 소장은 “호기심을 잃지 않으면 70~80대라도 청춘”이라며 “그러니 내 나이에 뭘 하느냐고 생각하지 말고,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갖고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청년들은 바쁘더라도 적당히 뇌를 릴렉스해주고, 자신의 흥미와 호기심을 따라 좋은 경험을 쌓는 데 투자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