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스핀라자' 보험적용에 생사넘는 환자들

늦어지는 '스핀라자' 보험적용에 생사넘는 환자들

보험재정관리와 환자 치료권 보장 이해상충 속 20일 약평위서 재논의

기사승인 2018-12-18 00:13:00

전 세계 하나뿐인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가 오는 20일 건강보험적용을 위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이하 약평위) 재심의를 앞두고 있다.

신경근육계 희귀질환인 ‘척수성 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은 인지는 정상이지만 온 몸의 근육이 약해져 자유로운 신체활동은 물론, 숨을 쉬거나 음식을 섭취하는 등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나빠지는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할 경우 만 2세 전 사망할 확률이 높다.

유일한 SMA 치료제 스핀라자는 2016년 12월 미국에서 개발 및 사용되며 국내 환자들에게도 큰 기대를 모았다. 특히 2017년 12월29일 극적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은 스핀라자였기에 환자들 입장에서 이듬해에는 보험적용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 건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스핀라자의 건강보험급여 등재 절차는 녹록치 않다. 바이오젠이 4월27일 급여 등재 신청한 이래 8월 초 급여기준 소위원회가 열린 후 여러 차례 약평위 상정 자체가 불발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1월22일 열린 약평위에서는 상정됐었지만 건강보험 적정성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재심의 판정이 내려졌다. 치료받을 날만 손꼽아 기다려온 환자들은 또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 이어가게 된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오는 20일 약평위에서 스핀라자를 재심의 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이마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정부는 스핀라자 보험급여에 대한 ‘비용 지출’과 ‘환자 수’를 통제하는 방식으로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바이오젠과 여러 차례 논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요구사항에 대해 바이오젠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눈길을 끈다. 세계 최저가인 일본에 비해서도 이례적으로 낮은 약가를 정부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고, 총액제한형 루트로 재정위험을 분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약사가 일정비율 약품비를 건강보험공단에 돌려주는 환급형 RSA까지 추가로 실시해 국가 재정부담을 나누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심의 판정 이후 바이오젠은 ‘사후평가 관련 계획’을 제출하라는 심평원의 공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기정사실화 된 ‘사전심사’(급여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치료 전 심평원 사전승인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함)에 ‘사후평가’(치료 후 평가를 통해 보험 적용 대상에서 언제든지 제외될 수 있음)까지 새로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급여 후 실재 약효나 장기사용 및 환자 수 증가에 따른 재정 부담을 최대한 제어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보이지만 12월 약평위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제약사가 사후평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제약업계의 중론이다. 때문에 오는 20일 약평위에서 순조롭게 재심의를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 제약업계는 스핀라자가 유례없는 엄격한 조건 속에서 정부가 시도하는 여러 제도의 시험대에 오른 분위기라고 분석한다. 

바이오젠 관계자는 “바이오젠 코리아는 한국 정부의 국가 재정부담 완화에 함께 책임을 느끼고 재정적 영향을 줄이는 방안에 대해 본사와 지속적으로 논의해 오고 있다. 현재 28명의 SMA 1형 환자들은 회사의 무상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치료를 받고 있으나, SMA 2~3형 환자의 경우는 보험급여가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이번 11월 약평위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받지 못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근육질환은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SMA 환자들이 하루라도 빠르게 치료받는 환경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며 “12월 약평위에서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바이오젠코리아는 정부와의 협상과정에 더욱 적극적이고 협조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러한 급여 심사과정 동안 환자들의 애간장은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진행성 유전 질환이기 때문에 환자들의 상태는 매일 악화되고, 증상이 심각한 영유아 환자들의 경우는 하루에도 몇 번씩 생사의 고비를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에는 9세 환아가 치료 한 번 받지 못한 채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바이오젠의 무상지원 프로그램(EAP)으로 그나마 28명의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정부가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지난하게 협상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달부터 한국척수성근위축증 환우회는 ‘스핀라자’의 보험 적용을 위한 SNS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환아의 아빠인 문모씨는 “지난 11월22일에는 스핀라자 급여 등재를 위한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처음으로 열렸으나 결국 재심의 판정을 받으며 환자들은 또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을 계속하게 됐다”며 “지금도 환자들의 상태가 매일 악화되고 있어 신속한 보험 적용이 절실한 상황이다. 우리 아이들이 더 이상 무력하게 세상을 떠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스핀라자의 빠른 급여를 촉구하는 SNS 캠페인을 진행하게 됐다”고 전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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