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약사회 39대 회장에 김대업 37대 약사회 부회장이 선출되며 의료계와 의약계 간의 날선 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논란이 될 사항은 ‘의약분업’과 관련된 문제들이 될 전망이다.
김대업 당선자는 회장선출에 앞서 약사의 위상을 높이고, 미래를 대비한 약사직능의 확립을 위한다며 11가지 공약을 내걸었다. 그리고 의약분업을 ‘왜곡됐다’고 명기하며 ▲처방전리필제 도입과 성분명처방 ▲대체조제 사후통보 간소화를 이루겠다고 발표했다.
2000년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명제를 바탕으로 의약분업제도가 시작될 당시 목적은 무분별한 항생제 남용과 잘못된 의약품 처방으로 인한 약화사고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의약분업으로 인해 의약품오남용이 많이 줄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하지만 국민의 의료이용행태를 바꾸고 의약품의 처방권 즉, 의약품의 사용결정과 투약과정에서의 주체가 누구인지, 발생하는 이윤은 누구 것인지를 결정하는 제도인 만큼 의사와 약사 두 전문가 집단의 충돌이 불가피한 정책이었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고 분석한다.
실제 의약분업 논의과정에서 의사들은 8번의 파업과 그보다 많은 수의 투쟁으로 ‘상품명’으로 처방할 수 있는 권리와 약사의 대체조제 제한, 주사제의 의약분업대상 제외 등과 같은 사항을 얻어냈다. 그로 인해 대체조제는 유명무실해졌고, 약사는 사실상 의사의 손으로 전락했다.
이에 약사들은 지난 18년 동안 의사와 싸워왔다. 의사가 의약품 성분명으로 처방을 해 의약품의 선택권을 국민에게 돌리고, 만성질환 등의 이유로 동일한 의약품을 처방받아야 할 경우 의사의 진료 없이 처방전을 1회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환자의 편의를 높여야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대업 회장 당선자는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할 정책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시스템을 활용한 대체조제 통보 간소화 문제”라며 “현재 약국의 대체조제가 저가인센티브에 따른 이익이나 의·약사의 직능갈등의 문제가 아닌 보건의료재정 안정화의 문제임을 설명해 관철시켜나가겠다”고 계획을 설명했다.
이어 “국제일반명(INN) 시행으로 동일성분조제인 대체조제에 대한 국민인식을 바꿔나가며 성분명 처방 제도화를 이뤄낼 것”이라며 “의약품의 허가 및 생산단계에서 국제일반명 처방이 되도록 하겠다. 이는 약사법 개정이 아닌 하위법령 수정으로도 가능하다”며 의지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의료계는 또 다른 의미에서 의약분업의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해왔다. 의약분업으로 인해 처방권과 조제권이 공간적으로 분리되며 거동이 어려운 환자들이 병원과 약국을 오가야하는 불편을 겪어야하고, 조제료로 인한 가계부담 급증이나 의약품 유통구조 왜곡이 심각하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오남용 예방과 의약서비스 향상 효과도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정책목표조차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평하며 “우리나라 의약분업은 명분만을 내세운 여론화 과정과 목표만을 가지고 강제로 시행된 후 보완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정확하고 종합적인 성과평가는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재평가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제도를 운영·관리·감독하는 보건복지부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학문적으로 의약분업의 제도평가를 할 시기는 됐지만, 정책개편을 전제로 하기에는 사회적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 때문이다.
한 복지부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제도가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문제점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학문적으로 따져볼 수 있는 기회는 필요할 것 같다”면서도 “정부가 나서기 위해서는 대안이나 대책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과거의 갈등과 사회적 논의비용 만큼의 노력이 들어가야 하는 일”이라며 당장은 어렵지 않겠냐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한 의약계 관계자는 “의약분업에 대한 재평가든 성분명처방이든 논의가 시작되기 위해서는 계기가 필요하다”면서 “사회적 공감대도 부족해 의료계나 약사회도 말은 하지만 선뜻 화제를 던지지 못하고 있지만 의사에 대한 약사들의 종속이 심화되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의견이 팽배해 계기만 생기면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