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에 ‘등재 권고’를 받고 최종 등재 여부를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장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28일 서울 중구 충무로 소재 샘표 본사에서 열린 ‘장(醬), 발효, 우리맛_함께 이어가는 즐거움’ 특강에서 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는 “장은 한식의 기반이 되는 식품이지만, 장을 담그는 문화와 소비량은 줄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행사는 샘표가 장 담그기 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응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장 담그기’는 콩을 사용해 만든 식품인 ‘장(醬)’ 자체의 효능을 넘어, 재료를 직접 준비해서 장을 만들고 발효시키는 전반적인 과정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2년 ‘대한민국의 장 담그기 문화’ 등재신청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해 현재 최종 등재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 학계에서는 대부분 이번에 등재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 교수는 “장은 신라 왕실의 폐백 음식으로 쓰였을만큼 유서 깊은 문화유산이자 채식과 발효 음식이 발달한 ‘한국 식문화의 정수’”라며 “장은 개인의 문화라기보다 공동체 문화로, 일부가 아니라 국가 전체에 뿌리내린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게 장 담그기 문화”라고 말했다.
특히 일본, 중국 등 아시아문화권에도 장이 있지만 우리나라 장이 다른 이유로는 ‘한반도에서 살아남은 미생물의 분해 작용’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장의 원산지는 주로 장의 재료가 되는 콩의 원산지로 결정된다”며 “소금과 물은 어떤 것을 사용하는지, 복합발효나 기다림, 옹기 등 모든 조건에 따라 장도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장의 유네스코 등재는 우리의 기원과 정체성도 인정된다는 평가다. 정 교수는 “장은 삼국시대부터 먹기 시작한 것으로 나오는데 최근에는 기원전 8~6세기부터 장과 관련된 유물들이 발견된다는 의견도 나오며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유네스코 인류 유산으로 등재되면 우리의 그런 기원이나 정체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장 담그기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는 한국 식문화의 정체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네스코 등재를 눈앞에 두고, 우리 장을 어떻게 이끌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나왔다.
최정윤 우리맛연구중심 헤드셰프는 “한식이 오랫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사랑 받기 위해서는 연결과 확장이 필요하다”며 “미래인재 양성 등을 위한 교육과 장을 즐길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가 소통하며 글로벌 네트워크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식업, 산업, 농업 등 다양한 분야와 성장하는 밸류체인 형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현장에서는 샘표 우리맛연구중심의 이홍란·안형균 연구원이 각각 장 담그기의 과학적 원리와 장을 활용한 페어링 요리 솔루션 등을 소개했다.
샘표 관계자는 “이번 특강은 비단 장 담그기 문화의 유네스코 등재만이 아니라, 우리 장이 지속해야 하는 문화라는 것을 알린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다양성을 지속하고 요리에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