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살충제 계란 대책에 대해 양계농가와 소관부처간의 이견이 팽팽하다.
갈등의 핵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계란 산란일자 표시 및 선별포장업 허가시설 유통 의무화 정책. 이중에서도 계란 산란일자 표시와 관련해 식약처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법 개정이 이뤄졌고, 충분한 시간도 줬다고 주장한다. 반면, 양계농가는 식약처 대책에 현실성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장 내년 2월부터 표시 자릿수가 현재의 6자리에서 10자리로 늘어나게 된다. 현재 양계 농가는 계란을 세로로 세운 상태에서 6자리를 잉크젯으로 인쇄하는 선별시스템을 사용 중이다. 자릿수가 10자리로 늘어나면 계란을 눕혀서 가로로 인쇄하는 시스템으로 교체해야 한다. 난각 인쇄 자릿수가 늘어나 선별시스템을 바꾸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오롯이 농가들의 몫이다.
때문에 식약처가 계란 유통 단계를 건너뛰고 만만한 양계 농민만을 문제 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가 상당수는 여전히 계란을 먼저 주고 돈을 나중에 정산 받는 관행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산란일자를 표시하게 되면, 설사 냉장보관을 해도 유통 상인들이 출하가 며칠 밀렸다는 점을 들어 계란값 할인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게 현장의 우려다.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은 “식용란선별포장업과 중복으로 규제되고 있는 포장유통 의무화는 난각의 산란일자 표기의 실효성이 없어진다”며 “소비자 구매 전에 정보가 제공돼야 하지만 포장유통은 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식약처의 산란일자 난각 표기와 식용란선별포장업은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는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도 “(식약처 대책은) 양계농민들의 과도한 경영부담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으며, 같은 당 윤일규 의원도 “잘못된 정책은 소비자나 농가에게 이로울것이 없다”면서 “식약처 등 관계부처와 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중요하다”고 밝혀 에둘러 식약처의 정책 수정을 요구했다.
반면, 식약처의 주장은 좀 다르다. 식약처 식품안전표시인증과 관계자는 “산란일 표시 의무화에 대한 법 개정을 올해 2월 마무리됐다”며 “사전 고시 과정에서 농민들이 어려움을 호소해 1년간 유예를 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내년 2월 23일부터 시행을 하지만,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유예기간을 6개월 더 두기로 했다”며 “제도가 성공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뒀다”고 밝혔다.
법 시행을 앞두고 현장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에 식약처는 적잖은 부담을 느끼는 눈치다.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신선한 달걀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정보제공요청 때문에 하지만, 영업자들이 힘들어 하기 때문에 2월에 시작되지만 문제점을 계속 파악해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난각 인쇄 자릿수가 늘어나 선별시스템을 바꾸는데 별다른 비용이 소요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해 농가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편, 선별포장업 허가시설 유통 의무화와 관련해서도 식약처와 농가간 평행선을 긋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법 시행을 4개월여 남겨둔 상황에서 현재 선별포장업 허가를 받은 계란유통시설은 11개소에 불과하다. 계란을 유통시킬 곳이 없다는 이야기다.
개별 농가들이 자체 계란선별포장 시설을 갖추기도 녹록치 않다. 적게는 5억에서 10억 원까지 드는 시설비용을 마련하기에는 농가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시행 6개월 유예를 내걸었지만, 현장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고 아우성이다. 농민들은 농림축산식품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광역형 계란유통센터가 건립될 때까지라도 제도 시행을 늦춰야 한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관련해 식약처가 만만한 양계 농민만을 문제 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권 의원은 “식약처가 개선이 필요한 계란유통 기준은 도외시 하면서 초유의 산란일지 표시와 계란선별포장업 허가를 내세워 불필요한 비용을 농가에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