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생리대의 안전성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19일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 예비조사’를 발표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연구진이 진행한 이번 예비조사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지난해 하순 전국을 강타한 이른바 ‘생리대 파동’ 이후 정부 차원에서 진행된 첫 일회용 생리대 관련 연구 결과이기 때문이다. 관련해 지난해 관리·감독 미비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위해평가가 환경부의 조사결과와는 상이하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물론 환경부의 ‘예비조사’가 가진 한계점은 존재한다. 그간 국내외에서 일회용 생리대에 대한 연구가 극히 드물었던 탓에 이번의 조사만으로는 일회용 생리대의 안전성과 관련 질병과의 연관성을 판단할 수 없다. 이러한 부담 때문인지, 보고서는 “피해 호소자만을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피해 호소자들의 증상과 일회용 생리대와의 실제 관련성, 발생 기전, 생리대 제품별 건강영향 등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 연구의 필요성을 확인 할 수 있었다”며 “향후 단면조사연구, 패널연구, 생리대 유해물질 작용기전에 대한 실험연구, 생리대 추출물 독성학적 조사 등의 추가적인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며, 동물실험이나 실험적 모형을 이용한 질 점막 연구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정리하면, 예비조사만으론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릴 수 없지만, 추가적인 대규모 연구 필요성만큼은 분명하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참여자 수의 부족 및 선택 편견 등으로 인한 객관적 사실 도출의 한계는 여전하다. ‘예비조사’는 대규모 조사를 위한 선행 연구로써의 의미일 뿐이다. 생리대 유해물질의 건강이상 여부를 입증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때문에 예비조사를 두고 여러 해석이 분분할 수 있다. 제조업체 측은 일회용 생리대의 안전성 여부가 결론 내려지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식약처도 후속 연구나 조사의 압박을 느낄 수 있다.
◇ 산부인과 질환, 늘고 있다
환경부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 예비조사’는 생리 관련 증상과 외음부 증상이 일회용 생리대 사용과 연관성이 있을 수 있는 증상으로 파악됐다고 결론 내린다. 관련해 건강보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일회용 생리대 건강 피해 호소자들이 주장한 증상과 관련된 산부인과 질환이 늘어나고 있다고도 밝혔다.
예비조사에 참여한 이들의 평균 연령은 29세, 평균 키는 163cm, 몸무게 58kg 등 이십대 여성 평균 수치를 보였다. 참여자들은 일회용 생리대를 주로 사용했으며, 기타 면 생리대, 생리컵, 탐폰 순으로 대체 생리대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회용 생리대의 한 달 평균 사용량은 20개 가량. 이들은 일회용 생리대 사용 후 여러 불편을 호소했다.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은 분비물 냄새, 생리전 증후군, 분비물 양, 덩어리혈, 생리기간, 생리통, 생리전후 질염, 생리전후 뾰루지, 생리량, 외음부 가려움증, 생리혈 색깔 변화 등의 순이었다. 일회용 생리대 사용 후 이상증상을 호소하는 참가자들 중 다낭성난소증후군, 자궁내막증, 자궁내막암의 유병률은 일반인구보다 높았다.
이와 함께 피해 호소 참여자들의 목소리는 여러 시사점을 갖는다. 이들은 병원 진료에서도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자신들이 겪는 증상들이 개인적인 잘못이나 개인적인 환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을 비롯해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행동네트워크’ 등은 “그동안 생리대 사용에 따른 건강문제는 국내·외에서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건강영향조사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며 “환경부와 식약처는 생리대 피해증상 객관화된 연구결과 반영해 철저한 후속조사를 시행하고 안전대책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식약처의 위해평가가 환경부의 조사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자 식약처는 서둘러 선 긋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식약처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식약처와 환경부의 조사는 목적 및 방법 등의 성격이 다르다”면서 “식약처 위해평가는 생리대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프탈레이트류 등의 잔류량을 조사하고, 위해평가 방법에 따라 인체 유해 여부를 조사해 발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관련해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말 종합대책에 따라 생리대 VOC 모니터링과 프탈레이트류 등에 대한 위해평가를 추가로 실시해 발표했고, 건강영향조사 일정과 무관하게 진행한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참고로 위해평가방법은 인체에 흡수되는 전신 노출량과 독성참고치를 비교하여 안전한 수준이 확보되는 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식약처는 “환경부는 생리대 건강영향과 관련된 국내외 연구사례가 없어 조사 대상 질환 파악, 조사방법 구체화 등을 목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피해 호소자들의 증상과 일회용 생리대와의 실제 관련성, 제품별 건강영향 등을 확인하기 위해 단면조사 연구, 노출독성평가 등 추가적인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음을 제안한 것”이라고 환경부의 조사 결과 한계를 부각시켰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