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이 뭐길래

카풀이 뭐길래

카풀 둘러싼 정치권 설왕설래

기사승인 2018-12-25 00:31:00

차량공유서비스 ‘카카오 카풀’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으로 확전되는 모양새다. 

시작은 ‘말’ 때문이었다. 지난 20일 국회 앞에서 열린 ‘제3차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저희 당에서는 이 대기업이 하는 이 카풀에 대해서 이미 임이자 의원께서 ‘절대 안 된다. 택시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문재인 정권의 이 정책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고 해서 저희 당은 그 뜻에 함께 하기로 했다”며 “서민을 위한다면 택시 업계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한 논의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이번 카풀 정책은 분명히 잘못됐다는 점을 지적한다. 저희 당이 이제 여러분들의 목소리를 담아서 상생할 수 있는 카풀 같이 고민하겠다. 이제 자유한국당과 함께 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다수 택시 기사들로 이뤄진 집회 참석자들은 박수갈채를 보냈고, 이어 발언에 나선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TF(태스크포스) 위원장은 야유와 물병 세례를 당했다. 대조적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국당이 당론으로 카풀을 반대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21일 김정재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절충과 상생을 위한 공감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개혁의 과정에 누군가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일방적 희생이 강요된다면 그것은 말 그대로 개악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공유경제에 대해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라며 단서를 달긴 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카풀 반대 입장은 견고해 보였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전현희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카카오 카풀앱의 근거조항인 카풀 알선 허용은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때 만들어졌다”며 “이 법 때문에  현재 출퇴근 시간대에 자가용 카풀 알선이 시행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즉, 한국당이 ‘말 바꾸기’를 했다고 역공을 편 것이다. 

민주당 강병원 원내대변인도 가세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가 첫 장외 일정에서 ‘대정부 투쟁’을 선동하며, 봉합 되어가던 갈등을 다시 증폭시키고 분열을 조장한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카풀을 허용하는 ‘여객자동차법’을 통과시킨바 있는 자유한국당과 나경원 원내대표 등이 당시의 결정에 대해서는 해명 한 마디도 없이 택시 카풀 반대 집회에서 목소리를 드높인 것은 ‘택시 노동자 우롱’이자, 새로운 국면마다 유리하게 말을 바꾸는 ‘두 얼굴 정치’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택시 노동자를 우롱하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같은 당 서재현 상근부대변인도 나 원내대표를 정면 겨냥하며 “제1야당 원내대표로서 사회적 갈등 해결에 나서기 보다는 무책임하게 선동이나 하는 구태 정치를 보여줬다”고 맹비난했다. 

이후 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집회 당시보다 수위가 한층 낮아졌다.  나 원내대표는 공유경제에 적극적이라면서 “이번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정부의 카풀 정책은 한마디로 일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문제점이 있다는 부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카풀 정책은 사실상 미래를 만들어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조건적이고 일방적인 카풀 정책에 대해서는 우리가 상생형 카풀로 바꿔가야 된다는 것을 지적한다”고 밝혔다. 

24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도 카풀법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였지만, 여론이 한국당의 ‘말 바꾸기’에 초점이 맞춰지며, 나 원내대표는 진화에 나섰다. 비대위 회의가 끝난 후 그는 “카풀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라면서 “우리 당에서 카풀 자체를 반대한다고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카풀을 둘러싸고 여야간 '가짜뉴스' 설전도 벌어지는 형국이다. 

이렇듯 여야가 카풀 정책과 관련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엎치락뒤치락하는 동안 완강했던 택시 업계는 대타협기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상황이 꼬인 것도 상황을 풀어가는 것도 정치적 기구에 따라 진행된다는, 정치의 아이러니가 다시금 확인된 셈이다. 도대체 카풀이 뭐길래.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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