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다사다난 한해 보헙업계…즉시연금부터 GA 금융당국 규제 본격화까지

[기획] 다사다난 한해 보헙업계…즉시연금부터 GA 금융당국 규제 본격화까지

기사승인 2018-12-27 05:00:00

올 한해 보험업계는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 개정, 즉시연금, 암보험 분쟁 등을 비롯해 자동차 보험료 인상, 새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한 자본확충 문제와 같은 많은 이슈 등이 상당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각 기업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열과 성을 보였다.

쿠키뉴스는 2018년을 마무리하며 올해 보험권을 뜨겁게 달군 뉴스를 정리했다.

◇사실상 무산 ‘보험료 카드결제’…카드수수료 인하 때문

지난해부터 이어진 당국의 보험료 카드납부를 둘러싼 보험사와 카드사의 싸움이 사실상 종결됐다. 이유인즉 모든 보험사가 대형 가맹점에 해당된다는 점이다.

보험료 카드납부 문제는 보험업권의 불경기로 보험사가 카드 납부를 거부하면서 발생했다. 보험소비자가 카드로 보험료를 지불할 경우 보험사가 카드사에 수수료를 줘야 하는데 이를 보험사는 손해라고 봐 카드 납부를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 보험료 카드납부 확대를 위해 보험사와 카드사 사이의 수수료율 등 의견 조율을 시도했다. 하지만 올해도 답보상태는 지속됐다.

올해 금융당국의 카드수수료율 인하 정책으로 카드업계는 사실상 인하여력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이는 카드사들은 보험료 카드납부 수수료율을 인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운용자산이익률이 3% 수준인 상황에서 2% 안팎의 카드수수료를 내기가 힘든 상황으로 보험료 카드납부는 실현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밝혔다.

◇최대 16만명에 미지급금 1조원대 즉시연금 논란…당국과 전면전

지난 7월 생보업계는 즉시연금을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전면전을 펼쳤다.

금감원은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생보사들이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약관에 매달 이자 지급 시 사업비 등 만기에 돌려줄 재원을 미리 뗀다는 내용을 제대로 명시하지 않았다며 보험사들이 즉시연금 과소지급분을 가입자에게 일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금감원은 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1건의 민원에 대해 생보사들이 동일한 사건을 동일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사실상 '일괄구제'를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이 금감원 권고를 거부하면서 금감원과 생보사 간 갈등이 심화했다. 삼성생명은 일부만 지급하고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한 민원인을 대상으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한화생명은 법률검토를 거쳐 금감원에 불수용 의견서를 제출했다.

특히 삼성생명은 지난해 분조위의 조정 결정 이후로도 일괄지급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뤄왔다. 

이에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즉시연금 사태와 관련해 삼성생명을 재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내년 초께 삼성생명에 대한 현장점검을 진행할지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 삼성생명 관계자는 “소송을 취하할 생각이 없고 끝까지 가겠다. 시간 오래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IFRS17 도입 1년 연기 안도…자본확충에 더 노력해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보험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IFRS17 도입시기다.

IFRS17은 국제보험회계기준으로 보험부채의 평가 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보험사는 미래에 고객에게 지급해야할 보험금의 일부를 적립금으로 쌓아야 하는데, IFRS17 적용 시 회계 작성 시점의 금리를 바탕으로 적립금을 계산해야 한다.

그동안은 보험사가 계약한 시점에 약속한 금리에서 계약 시점 시장금리 등을 반영해 보험사의 예정이율을 뺀 부분만 부채로 인식, 이를 기준으로 자본금을 쌓았다.

대형사의 경우 수천억원대의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재정을 늘렸지만 상대적으로 몸집이 열악한 중소형사는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IFRS17 시행 시기를 2021년에서 1년 연기한 2022년으로 도입시기를 유예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행진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교보생명의 경우 최근 이사회에서 내년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본을 조달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대형사에 비해 중소형사들은 여전히 IFRS17 대비, 자본 여력이나 시스템 확충 준비력이 떨어져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의 IFRS17 준비에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며 IFRS17의 논의경과 등을 참고해 향후 건전성 감독제도 개편도 차질없이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부정확한 약관 문제 파장

보험 약관으로 보험사와 소비자간 해석차가 커 많은 민원이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으로 생명사들이 금융당국 제재를 받았다.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은 2001년 한 보험사가 ‘자살도 재해사망에 해당된다’는 특약을 걸러내지 못한 것이 발단이 됐다.

대법원은 2016년 5월 약관대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빅3 생보사가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자 금감원은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예고했다.

결국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자살보험금 미지급액 전액지급을 결정했고 교보생명은 2007년 이전 계약의 지연이자를 제외한 원금 지급을 결정했다.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빅 3사는 지급을 미뤘던 자살보험금 3458억원 가운데 99%를 지급했다. 나머지 미지급분은 연락이 닿지 않아 법원에 공탁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올해에는 생보사들은 즉시연금 사태로 곤욕을 치렀다. 약관에 연금을 산출하는 방식을 이해하기 쉽게 표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즉시연금에서 뗐던 사업비를 전부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사태에 직면했다. 결국 민원인과 보험사의 갈등은 법원에서 결정된다.

◇손해율 높은 실손 보험료 인상 고민

병·의원 의료비를 보장하는 개인 실손의료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3000만 명을 넘어섰다.

실손보험이란 가입자가 상해나 질병으로 입원 혹은 통원 치료를 하면서 부담한 실제 의료비와 약제비를 보험회사가 보상하는 보험상품으로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린다. 지난 6월 말 기준 국민의 65.8%가 가입했다.

위험손해율은 발생손해액을 위험보험료로 나눈 수치다. 100%를 넘는다는 것은 가입자가 낸 돈보다 보험금으로 타가는 돈이 많다는 의미다. 

올해 상반기 개인 실손보험 위험 손해율은 122.9%를 기록했다. 2017년 6월 말과 비교해 1.7%p 떨어졌지만, 여전히 100%를 넘는 수준이다. 이에 개인 실손보험의 보험료 인상을 추진했지만, 금융당국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문재인 케어)을 통해 보험업계가 얻게 될 반사이익을 고려하면 내년도 실손 보험료를 인하할 여지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추진에 따른 실손보험 손해율 변동 추이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보험료 3% 인상 추진…금융당국 인상 움직임에 억제 노력

잠잠하던 자동차 보험료 인상이 본격화 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내년 1분기에 최대 3%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 정비요금 상승과 최저임금 인상 등의 구조적인 원가 상승 요인에 따라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손보사의 자동차 보험료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한파와 폭염으로 불가피한 생활물가 인상으로 많은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시장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자동차보험료 인상과 관련해 인상 요인 및 반영 시기·방식 등에 대해 보험업계의 의견을 듣고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금융당국은 보험료 인상 움직임을 억제하려 애썼다.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던 손보사들은 결국 보험료 인상 요인을 감당치 못해 내년 1월부터 자동차 보험료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적정 수준인 77%를 훨씬 웃도는 90%를 넘어섰다. 손보업계는 인상 폭으로 3.0~3.5%대를 고려하고 있다.

◇오렌지라이프 신한생명과 합병

올해 신한은행의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ING생명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했다.

8월 신한금융그룹이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을 인수하며 1등 금융그룹의 지위를 탈환했다. 보험사 M&A를 눈여겨보는 지주사는 신한뿐만이 아니다. 내년 초 지주로 전환하는 우리은행도 보험사 M&A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나금융 역시 지주 시너지를 확대하기 위해 보험 비중을 늘리는 데 관심이 많다고 전해진다.

신한지주가 ING생명을 인수해 생보사 자산규모가 60조원으로 급등했다. 이는 생보업계 4위인 NH농협생명(64조270억원)에 근접한 규모다.

◇핀테크 업체, 보험시장 진출 러쉬

간편 금융결제서비스인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독립보험대리점(GA)시장에 진출한다. 토스는 가입자만 1000만명에 달해 GA를 만들어 본격적인 보험판매에 나설 경우 보험시장에 판을 뒤흔들 '다크호스'로 꼽힌다. 

토스에 이어 핀테크 업체들이 속속 보험시장에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보험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렇듯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nology)이 합쳐진 '인슈테크'가 보험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에 따르면 토스는 자회사 형태로 토스보험서비스를 설립해 이달부터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간편 송금 서비스를 통해 이미 10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한 토스는 이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보험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금융플랫폼 서비스를 하는 토스는 그동안 ‘내보험조회’ 서비스 등을 통해 주요 GA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하지만 GA시장의 성장세를 보고 직접 진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토스는 오프라인 기반의 대면 조직을 당장 가동하지 않고 외국계인 라이나생명처럼 비대면 텔레마케팅(TM) 위주로 영업할 방침이다.

최근 핀테크업계와 기존 보험사는 고객의 보험가입 내역을 보여주는 '내보험다보여'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보험협회와 한국신용정보원은 핀테크 업체들이 이 서비스를 자사 서비스인 것처럼 광고하고 있다며 이들의 데이터 접근에 제동을 걸었다. 한국신용정보원은 접속방식을 회원가입으로 변경할 것을 예고한 상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토스 등 핀테크 업체들은 이미 다양한 앱 서비스를 무기로 내세우며 보험 가입 의사가 높은 고객 정보를 풍부하게 확보하고 있는 만큼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내보험 찾아줌에서 숨은보험금 온라인 바로 청구 가능

보험금 통합조회시스템인 ‘내보험 찾아줌’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으로 바로 숨은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다. 온라인 보험금 청구가 불편하거나 유선상담 후 보험금을 청구하고 싶은 소비자를 위한 ‘콜 백(Call Back)’ 서비스도 함께 도입된다.

내보험 찾아줌이란 이용자의 모든 보험가입내역과 숨은보험금 규모를 통합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로 지난해 12월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출시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보험사는 모든 보험회사로 생명보험 24개사, 손해보험 14개사가 만기보험금, 휴면보험금 및 중도보험금(사고분할보험금·연금보험금 제외)에 대해 PC 온라인 청구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온라인 보험금 청구가 불편하거나 유선 상담 후 보험금을 청구하고 싶은 소비자를 위한 콜 백(Call Back) 서비스도 추가된다. 보험 수익자가 숨은보험금 조회 후 연락받을 전화번호를 남기면 해당 보험사 직원 또는 담당 설계사 등이 접수일로부터 3영업일 이내에 직접 연락해 관련 상담 및 안내를 진행한 후 보험금 청구를 지원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보다 더 신속하고 정확한 숨은보험금 정보 제공이 가능하도록 안내방식의 다양화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규모커지는 GA…금융당국 제재 본격화 

독립대리점(GA)의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2000년대 초 국내에 처음 도입된 GA는 높은 수수료를 바탕으로 설계사 유치에 성공하면서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웠다. 

GA란 한 금융회사에 종속되지 않고 여러 금융회사와의 제휴를 통해 금융상품을 파는 영업 형태로 보험상품을 비교·판매할 수 있는 보험대리점을 말한다.

문제는 몸집이 커지며 GA설계사의 불완전판매나 보험사기가 늘었다는 점이다. 이에 금감원이 영향력이 커진 GA들이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판단해 이를 상시 감시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조진수 기자 rokmc4390@kukinews.com

조진수 기자
rokmc4390@kukinews.com
조진수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