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부터 10개월 이상 무소속으로서 길고 긴 성찰의 시간을 가졌고 어떻게 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나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인지 해답을 찾기 위해 고민 했습니다”
무소속 이용호 국회의원(전북 남원임실순창)은 28일 더불어민주당 입당 입장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용호 의원은 이번 입당은 “지역민들의 요청을 무겁게 받아들였다”며 민심을 반영한 의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현 정부 집권 3년차를 앞두고 정치·경제·사회적으로 갈등은 심화되고 있고, 현 정부에 대한 기대치도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작은 힘이나마 실어줘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입당 이유를 말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남원임실순창 지역위원장은 이용호 의원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박 위원장은 “그동안 민주당은 안정적으로 운영되어 왔다. 또 대선과 지방선거 등 여러 선거에서 이겼는데 이런 상황에서 이런 민주당 입당 발표는 당의 분란을 자초하는 것이다”고 반문했다.
박 위원장은 “이번 사안은 지역구를 흔드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전라남북도 원외 위원장과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입당 반대 기자회견을 가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용호 국회의원과 박희승 지역위원장은 차기 총선을 다투는 경쟁자들이다. 이 의원은 제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의원으로 출마해 박 위원장과 접전을 벌였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입당을 받아들일 경우 이번에는 당내 경쟁자로 바뀌게 된다.
특히, 이용호 의원은 무소속으로서 다음 총선을 고민해야만 한다. 무소속으로는 재선이 쉽지 않다는게 지역 민심의 현 주소다. 박희승 위원장 역시 이번 기회를 살리지 않으면 국회 입성은 어렵다. 이용호 의원의 입당이 반갑지 않고 위기감이 들 수밖에 없다.
결국 모두가 자신들의 정치적 존립기반 확보라는 주제로 주판알이 튕겨지고 있다.
#중앙당의 입장은
입당 여부는 정치적 이득이 좌우한다. 당이 어려울 때라면 감사한 일이다. 현역의원이 필요한 간절한 경우에 입당을 허용한다. 지금은 그런 상황은 아니다.
특히 전북은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이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선전한 것도 이 때문에 가능했다. 대선에서 승리가 지방선거로 이어진 결과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태다. 지지율 60%대를 넘나들던 때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북 민심은 아직도 민주당에게 있다. 또 이용호 의원이 입당한다 해도 떨어졌던 지지율이 오르거나 지역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오병현 사무처장은 “민주당 입장에서는 지역위원회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야만 한다. 당을 위해서 열심히 일한 사람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역 국회의원이 지역구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힘있는 자가 살아 남을수 있는 곳이 정치판이다. 이용호 의원과 민주당 지도부와의 협의가 관건이 됐다.
#조기 경쟁 시작
지역내에서는 박희승 위원장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게 대체적 평가다.
이용호 의원의 경우 국민의당이 깨질 당시 민주평화당을 외면하고 무소속으로 남으면서 더욱 열세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지방선거에서 남원시장 출마한 무소속 강동원 후보와 임실군수 출마에 나섰던 무소속 심민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해 지역당원들에게 앙금이 남아 있다.
민주당 소속 남원시 의원들은 당분란을 언급하면서 불편한 심기도 드러냈다. 28일 진행된 송년 행사에서 공론화 하기도 했다.
김영태 남원시 의원은 “입당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 남원임실순창 민주당 당원들은 허수 아비가 아님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선 남원시 의원은 “갑자기 민주당에 줄을 대려는 것은 언제든지 자기를 뽑아준 임순남 지역민들을 배신할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 의원의 행보는 당리 당략만 쫓는 철새 정치인의 전형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판도는 바뀔수 있다. 많은 지지를 얻는 쪽이 승리 깃발을 차지하는 게 게임의 법칙이다.
이용호 의원 지지세력들은 지난 총선에서 물갈이를 주도했다. 지금은 무소속으로 남아 있지만 선거가 다가올수록 원심력이 작용한다. 특히 이 의원이 정치 전면에 등장하면서 노리는 게 분명지면서 세가 다시 규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사는 "박희승 위원장에 대한 확장세가 염려된다. 또 리더십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며 "이 의원이 입당 운을 뗀 만큼 결과는 두고 볼일이다"고 말했다.
2020년 4월 총선이 1년도 더 남은 시점에서 전북 정치권이 벌써 분주해지고 있다.
신광영 기자 shingy14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