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세상을 떠난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뜻을 담은 법안이 추진된다.
2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임 교수 사망사건과 관련한 두 번째 성명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일명 임세원법 제정 추진은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어달라는 유가족의 뜻에 따른 것이다.
유가족은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과 정신질환 환자가 편견과 차별없이 언제든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을 고인의 유지라고 생각한다며 의료계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학회는 “고인의 유지를 이어나가기 위해 고인의 동료로서 마땅히 해야할 일을 하겠다”며 “추모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학회 홈페이지에 추모의 공간을 개설해 전 회원이 임 교수를 애도할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추모대책위원회에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서울대 권준수 교수)과 차기 이사장(한양대 박용천 교수)이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아울러 이들은 “안전하고 완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한 현황 조사 및 정책방안들을 논의하고 이에 뜻을 같이하는 모든 사회의 구성원들과 함께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인이 된 임세원 교수는 20년간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를 돌보며 100여편의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한 정신건강의학 분야 전문가다.
임 교수는 지난 2011년 개발된 한국형 표준 자살 예방 교육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보듣말)’를 마련하는 데 크게 기여하는 등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해왔다. 지난 2016년에는 자신의 우울증 극복기를 담은 책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를 출간해 환자와 공감대를 키우기도 했다.
평소 자신의 SNS에 환자를 보듬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생전에 그가 남긴 SNS 게시글에는 ‘힘들어도 오늘을 견디어 보자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우리 함께 살아보자고’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는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진료 중에 환자 박모씨(30)가 휘두른 흉기에 가슴 부위를 수차례 찔렸다. 이후 곧바로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약 2시간 뒤 끝내 세상을 떠났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