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중인 의사가 환자에게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추후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의료계·노동조합·정신장애인권익단체 등은 고인에 대한 추모와 함께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불이익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우선 복지부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사건이 정신질환자가 위험하다는 사회적 인식으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면서도 정신과 진료 특성상 의사와 환자가 일대일로 대면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안전관리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도 대책 마련 촉구와 함께 “이번 사건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막연한 오해나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섣부른 언론의 추측성 보도나 소셜미디어 상의 잘못된 정보의 무분별한 공유가 대중의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부추길 것을 경계한다”고 전했다.
정신장애인 권익 시민단체들은 고인에 대해 추모와 함께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유동현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일각에서는 개정된 정신보건법 이후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어야 하는 환자가 밖에 나와 있어 이런 범죄가 빈번한 것이 아니냐는 오해도 있을 수 있다”며 “이번 사건으로 정신장애인들을 격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의료진 및 비장애인의 안전을 위해 정신장애인들이 ‘분리’돼야 한다는 여론이 득세할수록 지역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생존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신석철 정신장애동료공동체 대표도 “가뜩이나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강한 상황에서 이번 사건으로 인해 더욱 인식이 악화될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병과 범죄는 다르다는 관점 하에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의료기관의 시스템이 만들어낸 불행이라는 견해도 있었다. 보건의료노조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은 의료현장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예고된 비극이며, 그 비극이 현실화된 상징적 사건”으로 규정했다.
노조는 “의료현장의 폭력은 응급실에만 국한되지 않고, 대상도 의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의료현장의 폭력은 응급실뿐만 아니라 진료실, 병실, 수납창구 등 병원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고, 의사만이 아니라 간호사와 의료기사, 원무과 직원 등 병원내 직원 다수가 대상이 되고 있다”면서 “병원은 24시간 개방돼 있어 폭행을 비롯한 각종 범죄에 취약한 사업장이다. 일회성 땜질식 대처방식으로는 폭력 없는 병원 만들기는 요원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노조는 ▲콜벨 및 CCTV 설치 ▲폭행 위험장소에 보안요원 의무 배치 및 경찰 배치 지원 ▲1인 근무제 지양 ▲인력 충원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동현 센터장은 병원의 진료 시스템이 화를 불렀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신과 외래 진료에 있어 불만을 갖고 있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며 “불과 1~2분에 불과한 외래 진료에서 환자는 충분한 상담 및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불만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더 많은 환자를 받기 위한 병원의 진료 시스템을 뜯어 고쳐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도희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조현병이나 조울병 등 정신장애인들만 의료진에게 해를 가하는 것은 아니며 병원의 안전 설비, 인력 등 환경적 부분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환자를 죄악시한다거나 잠재적 범죄자로 접근하는 방식은 익숙히 경험했던 과거의 대책으로 회귀하는 것”이라며 “유가족들은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말이 감사하고 필요하다고 밝힌 만큼, 유가족들의 이야기대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