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 대표님, 정신장애인 고통에 공감부터 하시죠

[기자수첩] 이 대표님, 정신장애인 고통에 공감부터 하시죠

기사승인 2019-01-04 00:36:00

영화 ‘테이크 쉘터’(2011년·감독 제프 니콜스)는 망상에 사로잡힌 한 사내의 공포와 가족의 이해를 그린 휴먼드라마다. 커티스는 거친 소용돌이 구름이 가족을 덮치는 환각에 시달린다. 그는 뒷마당에 대피소를 만들기 시작한다. 이런 그를 바라보는 아내 아만다는 염려와 걱정, 분노가 뒤섞인 감정에 사로잡힌다. 그녀는, 그러나 남편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하고자 노력한다. 

급기야 커티스는 급기야 직장에서 해고되고, 마을 사람들에게 미치광이 취급을 받는다. 우여곡절 끝에 해변으로 가족여행을 떠난 커티스와 아만다, 그리고 딸 한나. 해변에서 환각 속에서만 존재했던 소용돌이 구름을 목도한다.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커티스의 망상이 가족 모두에게 현실이 되는 바로 그 순간을 긴장감있게 나타낸다. 

아내와 딸을 바라보며 그는 불안이 아닌, 안도의 표정을 짓는다. 아만다도 폭풍을 두려워하는 표정을 짓지 않는다. 시종일관 아슬아슬한 긴장감 가득하게 진행되던 영화는 폭풍우로 상징되는 고난 혹은 정신질환의 고통을 함께 극복해가는 가족을 화합과 노력을 암시하며 마무리된다. 감독은 흡사 이렇게 말하는 듯 하다. 커티스의 가족 앞에 어떤 먹구름이 다가와도 반드시 이겨내고 말거라고.    

영화에 대한 해석과 감상은 관객의 몫일 터. 나는 정신장애인이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과 고통의 극복은 ‘가족’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이뤄진다고 믿고 싶다. 그리고 이러한 정신장애인 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한 유력 정치인의 ‘실언’에 대해 생각해본다.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 자리에서 이해찬 대표는 축사를 위해 연단에 나섰다. 이 대표는 “신체장애인보다 더 한심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곧 본인도 문제를 인지했는지 즉각 정정했다. 

그러나 실언은 계속됐다. “정치권에서 저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들이 많이 있다”는 실언이 다시 튀어나왔다. 이후 거세게 불거진 이른바 ‘장애인 비하 논란’의 시작이자, 뉴스를 접한 정신장애인과 그들 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순간이었다.  

장애인 단체들은 분노했다. 1월 2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낙연 국무총리,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이해찬 대표 등과의 면담이 성사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한정신장애인협회도 “평소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비하가 담긴 생각을 은연중에 노출한 것”이라며 “적절한 언어 선정이나 표현의 기본조차도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도 일제히 비판 논평을 쏟아냈다. 자유한국당은 “집권여당 대표가 사람에 대한 볼품없는 인식 수준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바른미래당은 “장애인의 인격과 자존심을 짓밟고 약자와 소외계층을 무시하며 자신만 우월하다는 선민의식을 드러낸 망언”으로 규정했다. 민주평화당도 “정치적 반대자를 공격하고자 장애인을 비하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역시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이 대표의 실언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고 질책했다. 파문이 커지자 결국 이 대표는 장애인 여러분을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현재는? 흐지부지 ‘봉합’되는 모양새다. 

집권여당의 수장이자, 여의도에서 산전수전 겪은 정치 9단 이 대표의 ‘말실수’가 정말 말실수인지 평소 그가 가진 인식의 발로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물론 정치인도 사람이니 말실수는 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장애인 관련 위원회 하나 만드는 것보다 정신장애인의 고통부터 공감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사과 입장문 낼 시간에 영화라도 좀 보시라.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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