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과 관련한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논의가 항상 천편일률적으로 진행된다. 정책을 만들어도 충분한 인력 및 예산 등 인프라 없이 주먹구구식이면 제도 실효성이 높아질리 만무하다.”
정동청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의 말이다. 최근 강북삼성병원 고(故) 임세원 교수의 사망 이후 의료계를 비롯한 우리 사회 각계에서 정신장애인에 대한 ‘관리’ 여론이 커진 것과 관련해 현업 정신과 의사의 지적은 “대책을 만들려면 제발 제대로 작동하게금 하라”로 정리된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관리를 요구하는 청원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무엇인가 대책을 마련하라는 요구가 나오는 것은 지금까지의 대책에 문제가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 ‘관리’ 되기는 했나
사실 정신장애인에 의한 범죄가 수면위로 부상하게 된 것은 2002년 조현병 환자에 의한 유치원 어린이 집단 상해 사건과 대구지하철 참사였다. 최근에는 2016년 발생한 ‘강남 10번 출구’ 살인 사건이 대표적이다.
강남역 사건 당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대책을 묻는 기자들에게 경찰관 직무집행법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는 정신착란 등으로 남의 생명과 신체, 재산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은 의료기관 등에 긴급구호를 요청하거나 경찰서에 두고 보호토록 하는 법이다.
‘행정입원’도 유력한 대책 중 하나로 거론됐다. 행정입원은 정신보건법에 따라 범죄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의심되는 정신질환자를 경찰관이 발견하면 정신과 의사 등 전문가를 통해 지자체장에게 진단과 보호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관련해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에서도 정신의료기관에서 퇴원하는 환자의 정보를 관할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통보하고 지역사회 정신질환자에 대한 외래치료명령제도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번 고 임세원 교수 사망 사건 이후 경찰청은 개정된 고위험 정신질환자에 대한 응급·행정입원 판단 매뉴얼을 들고 나왔다. 경찰이 강력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큰 정신질환자에 대해 형사 처벌 이력 등 과거 전력까지 참고해 강제 입원 조치를 내린다는 것이다.
법 따른 대책의 골자는 ‘문제가 있는’ 정신장애인을 입원 등의 방식으로 비환자들로부터 떼어놓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권침해 등의 이유로 시행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정신장애인이 자신 혹은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일이 발생해도 가장 최근의 대책이란 행정입원 등을 동원해 병원에 입원(혹은 감금)시키겠다는 수준에서 조금의 진척도 이뤄지지 못했다는 말이다.
큰 사회적 파장이 인만큼 오는 9일로 예정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현안보고는 정신장애인 ‘관리’ 대책이 주요하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8월 치료를 중단한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해 ▲퇴원환자 방문 관리 시범사업 도입 ▲‘정신과적 응급상황 대응 매뉴얼’ 발간 ▲지역사회 정신질환자 보건-복지 서비스 연계 강화지원방안을 발표했지만, 이 대책이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남는다.
정동청 원장은 “당장 입원이 필요한 고위험 환자에 대한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환자의 경계가 모호하다. 자해나 타해 위협이 있는 환자에만 집중하면 아무것도 아닌 환자는 치료를 못 받고, 사회·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개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해 “사회 전체적인 논의와 관심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 근본적 해결책
2006년 장애인권리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 with Disability)의 제19조는 ‘모든 장애인이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선택권을 가지고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인정하고, 장애인의 이러한 권리와 지역사회의 완전한 통합 및 참여의 완전한 향유를 촉진하기 위한 효과적으로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고 정의한다.
즉, 장애인의 자립적인 생활을 사회통합의 권리’로 규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도희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변호사는 “환자를 죄악시한다거나 잠재적 범죄자로 접근하는 방식은 감금을 통한 통제 방식과 같은 과거의 대책으로 회귀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자활과 자립을 위해 이들의 권익 신장의 방향에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