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손맛 37년' 장영숙 조리사, 영광의 퇴임

'병원손맛 37년' 장영숙 조리사, 영광의 퇴임

기사승인 2019-01-07 11:30:51

“을지대학교병원 37년이요?… 행복했어요. 고맙기도 하고요.”

2018년의 마지막 날인 지난 12월 31일, 을지대학교병원에서는 특별한 퇴임식이 있었다. 그 주인공은 병원 영양팀에서 37년 동안 근무한 장영숙(72) 조리사.

장 조리사와 을지대학교병원과의 인연은 지난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을지대학교병원이 대전을지병원이란 이름으로 목동에 처음 터를 잡았을 당시 장 조리사는 35세의 나이로 을지와 인연을 맺었고, 그새 37년이란 세월이 ‘훌쩍’ 흐른 것이다.

그는 병원 내부에서 성실한 조리사로 기억된다.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 조리실 곳곳을 살피며 할 일을 찾았다.  개원 초창기에는 조리일 뿐 아니라 김치와 된장, 고추장까지 직접 담군 후 장독대 관리까지 도맡았다. 손맛도 유명했다. 장 조리사의 손맛에 좋은 재료들이 더해지면 어떤 음식이든 일품요리로 탈바꿈했다. 덕분에 삼시세끼를 모두 병원에서 해결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았다.

장 조리사는 “직원과 환자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에 늘 감사했다”고 말하며 “특히 입맛이 없어 식사를 거르던 환자가 맛있게 밥을 먹는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나 뿌듯했고, 건강하게 퇴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일에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일하는 와중에도 3남매를 키워낸 장 조리사는 “입사 당시 초등학생이던 아들, 딸들이 이제는 나이 50이 다 됐다“며 ”일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다른 엄마들만큼 챙겨주지 못했던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을지대학교병원에서 37년간 열심히 일한 덕에 자식들 공부도 가르치고 결혼도 시키며 남부럽지 않게 키워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항상 즐겁게 일했던 것이 오랜 시간동안 을지와 함께 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강산이 세 번 넘게 변하는 줄도 모르고 병원 밥을 짓고 먹다 보니 어느덧 병원은 나날이 성장해 지역을 대표하는 의료기관이 되었다.

장 조리사는 “37년간 매일같이 출근했던 곳인데 퇴직한다는 것이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며 “많이 허전하겠지만 제 삶의 커다란 일부였던 을지대학교병원에서의 추억을 늘 간직하겠다”고 퇴직소감을 전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1987년부터 장 조리사와 함께 일 해온 여인섭 영양팀장은 “영양팀의 터줏대감으로서 때론 언니처럼 때론 엄마처럼 이끌어 주셨는데 떠난다고 생각하니 빈자리가 벌써부터 느껴진다”며 “함께 하는 동안 참 고마웠다고,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는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김하용 을지대학교병원 원장은 퇴임식에서 장 조리사에게 공로패를 수여한 뒤 “그동안 을지대학교병원을 위해 헌신해 주신 것을 저희는 오래도록 잊지않을 것”이라며 “을지대학교병원과 을지가족이 장 조리사님의 새로운 내일을 응원하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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