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그래 풍상씨’의 진짜 제목은 ‘왜그래 동생들’이 아닐까. 지난 9일 새롭게 시작된 KBS2 수목극 ‘왜그래 풍상씨’는 빠른 전개에도 불구하고 답답함의 연속이었다. 풍상(유준상)의 동생인 진상·화상·정상·외상이 첫회부터 이름값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이름을 통해 캐릭터를 설명하는 문영남 작가의 작품답게, 이름만 봐도 형제들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인생 한 방을 노리는 진상,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화상, 그나마 정상인 정상, 외고집 외상이 그 주인공이다. 형제들은 아버지의 빈소에 모여서도 갖은 사고를 치다가 “이 곳에 있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자리를 뜬다. 이들에겐 아버지에 대한 추억도 그리움도 없다. 설상가상으로 오래 전 가족을 떠났던 풍상의 어머니 노양심(이보희)는 장례식장으로 찾아와 남편이 남긴 유산에 관해 묻는다.
장례식장에서도 가족들의 사건사고를 해결하느라 바쁜 것은 맏이인 풍상이다. 풍상은 결국 홀로 아버지를 화장하고 강에 유골을 뿌리다가 물에 빠지고 만다. 이름대로 바람 잘 날이 없는 셈이다.
첫회는 자잘한 사건을 통해 형제들을 비롯한 등장인물과 그들의 관계를 소개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덕분에 풍상의 가족이 얼마나 ‘콩가루’인지는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전개는 빠르고 인물들의 이름만큼이나 직관적이었다. 주말극에서 볼법한 내용이 속도감 있게 펼쳐졌다. 문영남 작가 특유의 코믹스러운 대사덕분에 웃음이 터지는 장면도 있었다.
이들이 얼마나 엉망진창인줄 알았으니, 이제 왜 그렇게 되었는가를 알아갈 차례다. 드라마는 오남매가 왜 그러는지에 관해 설명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각자 이름만큼이나 강렬한 사연이 숨어 있지 않을까. 더불어 아버지의 사인을 언급하는 장면에서 풍상에게 불어올 태풍 같은 위기를 추측 할 수도 있다. 동생 바보로 살아온 풍상씨가 자신에게 닥쳐올 위기를 가족들과 함께 극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 볼까
문영남표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다면 고민할 여지가 없다. 등장인물을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바로 그 재미가 ‘왜그래 풍상씨’에서도 변함없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피는 물보다 무조건 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 말까
“그래도 아버지니까, 우리가 자식 노릇을 해야 한다” “가족이 좋은 것은 밑질 게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라는 풍상의 대사에 공감은커녕 반감만 드는 사람은 보지 않는 것이 좋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