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료원 간호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유서로 추정되는 글에는 직장사람은 빈소에 오지 말라는 내용도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새서울의료원분회(이하 분회)는 10일 “2019년 새해 초부터 서울의료원 노동자들은 동료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심지어 주변 동료들과 유가족의 말에 따르면 고인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희생된 것으로 여겨지는데, 서울의료원이 진상조사를 제대로 하기는커녕 고인의 사망을 의료원 내 노동자들에게도 숨기려고 했다는 의혹이 있어 모두들 분노에 휩싸여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인과 유가족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진상조사와 그 결과에 따른 후속대책을 촉구했다.
분회는 “2013년 3월에 서울의료원에 입사해 병동에서 5년간 근무했던 고인은 환자들도 고맙다며 연락하는 간호사로 2018년에는 친절스타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2018년 12월 18일에 간호행정부서로 부서이동됐고, 출근 12일만에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더니 결국 1월 5일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부서이동 후 고인은 간호행정부서 내부의 부정적인 분위기, 본인에게 정신적 압박을 주는 부서원들의 행동,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5년이나 서울의료원에서 헌신했던 젊은 노동자가 죽었고 부서이동 후 직장 내 괴롭힘이 고인을 죽음으로 몰아간 정황이 있다. 즉각 철저한 진상조사가 진행되고 이에 따른 책임자 처벌 등 후속대책을 의료원장이 약속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서울의료원 노동자들은 SNS 등을 통해서 알음알음 고인의 사망소식을 듣다가 1월 9일 새서울의료원분회가 추모 대자보를 붙인 후에야 공식적으로 상황을 알 수 있었다. 발인 후에 유가족이 서울의료원에 직접 찾아왔음에도 의료원장은 유가족을 바로 만나주지 않고 하루 동안 시간을 끌었고 현재 서울의료원은 진상조사나 책임자처벌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언급이 없고, 오히려 의료원 관리자 일부가 고인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을 내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며 “고인의 억울함을 풀기는커녕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유가족의 마음에 대못을 박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분회는 유족과 함께 지금 당장 철저한 진상조사 시작을 요구했다. 고인의 부서이동이 결정된 과정, 부서이동 후 간호행정부서에서 있었던 상황들, 고인의 사망 후 의료원 측의 부적절한 대응 등이 모두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진상조사를 통해 밝혀지는 내용에 따라 책임자 처벌 등 후속조치를 유가족 의견을 존중해 마련하고, 고인의 사망 직후 발생한 유언비어에 대해 서울의료원장이 고인과 유가족에게 책임지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분회는 “2018년 12월27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지 불과 9일만에 서울의료원에서 죽음이 발생했다”며 “법이 통과되어도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는지 여부가 향후 직장 내 괴롭힘법이 실제로 현장 노동자들을 위한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