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업계가 경제 불황에서 ‘나홀로’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매출 19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2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핑크빛 전망도 나온다. 중국 단체 관광객 귀환이 점쳐지는 데다. 입국장 면세점 도입 등으로 시장 규모가 더 커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그 이유는 뭘까.
지난 14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172억3817만 달러, 한화 19조3102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 매출인 14조3424억원 보다 무려 34.6% 급증한 수치다. 이 같은 호조세는 외국인 매출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면서 외국인 객 단가가 높아진 덕이다. 외국인 객 단가는 2017년 70만원에서 지난해 84만원으로 20%나 뛰었다.
하지만 면세업계는 눈부신 매출을 기록하고도 웃음 짓지 못하고 있다. 사실 매출 대부분이 따이공에 의한 것으로 겉만 화려한 상황인 탓이다. 따이공은 국내 면세점에서 대량을 물건을 구입해 귀국 후 ‘되팔이’ 수익을 올리는 중국 보따리 상인이다. 면세업계는 매출의 70~80%가 중국인이고, 이 중 80~90%를 따이공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명 ‘싹쓸이’ 쇼핑으로 객 단가가 높기 때문에 시내 면세점은 이들에게 ‘송객 수수료’를 주고 있다.
매출이 높다 한들 상당 부분 다시 따이공의 송객 수수료로 빠지는 구조다. 서울 시내 면세점은 이 ‘따이공’을 두고 유치전을 벌일 정도로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작년 10월에는 업체 간 ‘송객 수수료 전쟁’이 발발하기도 했다. 중국 국경절을 앞두고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수수료를 올려 따이공 유치에 나섰고, 평소 20% 정도인 수수료는 40%까지 올랐다. 이는 팔아도 적자를 겨우 면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이 ‘따이공’ 자체가 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업계의 얼굴을 어둡게 한다. 지난 1일 중국 정부는 온라인상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개인이 인터넷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사업자 등록을 하고 세금을 납부하도록 한 것이 주요 골자다. 아울러 전자상거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각종 불법, 위법적 거래 단속을 강화겠다고도 밝혔다. 일각에선 이 법의 영향으로 중국 세관의 통관 물품 단속이 심해졌다는 말이 나온다.
되팔이 상인인 따이공들에겐 큰 타격이다. 대다수의 따이공은 한국서 구입한 물품을 현지서 모바일 메신저나 SNS 등 온라인을 통해 팔기 때문이다. 사업자 등록은 물론, 세금을 낼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허가를 받고 세금을 물어야 한다. 중국 정부의 따이공 규제로도 읽히는 부분이다. 실제 중국 정부 입장에선 해외지출을 줄일 수 있고 자국 제품 소비를 유도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개인인 따이공이 세금을 물게 되면 더 이상 가격 경쟁력이 사라진다. 구매 대행이나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 단가와 비슷해지기 때문이다. 현재 많은 따이공이 재고 정리와 폐업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2일 중국 영자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관련 사례들을 보도하기도 했다. 매체에 등장한 한 따이공은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시행으로 이윤이 줄어들고 위험 부담이 커져 대리구매를 그만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에 국내 면세업계 역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유커의 복귀가 이뤄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따이공마저 줄면 매출 타격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줄어든 따이공을 놓고 면세점 간 출혈 경쟁이 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자상거래법 시행에 대한 여파는 일단 지켜볼 수밖에 없다”면서도 ”정부의 눈치를 많이 보는 중국 특성상 따이공이 한순간 빠질 수 있어,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면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한편으론 중국 내 한국 물품 수요가 높아, 법안을 시행한다 한들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따이공이 법안을 피할 ‘우회로’는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또 법의 기본 취지가 중국 내 질서를 잡기 위한 것이지 따이공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아울러 전자상거래 자격을 갖춘 따이공이 늘면서 규모가 전보다 커지는 등 활동이 활발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재 국내 면세점에는 아직 직접적 변화가 감지되진 않은 상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평소보다 (따이공) 수가 줄지 않았나 하는데, 원래 날씨나 기타 타른 문제로 시시각각 변해왔다”면서 “매출 등 가시적으로 영향이 나타나는 상황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 역시 “연초를 맞아 따이공들이 휴식에 들어가 평소보다 줄어 보일 수는 있다”면서도 “한 달 정도는 지켜봐야 전자상거래법에 대한 여파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