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법정에서 방청객에게 공개적으로 면박을 준 것은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판단했다.
인권위는 15일 인격권을 침해하는 발언을 한 판사가 소속된 지방법원의 법원장에게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또 해당 판사에게 주의를 줄 것을 법원에 당부했다.
60대 대학교수인 A씨는 지난 2017년 6월 한 지방법원에서 진행된 학교 총장의 배임 및 성추행 관련 재판을 방청했다. 방청 도중 A 교수는 30~40명의 교직원, 학생, 일반인 등이 있는 자리에서 40대 판사로부터 ‘주제넘은 짓을 했다’는 발언을 반복적으로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 교수는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냈다.
해당 판사는 “A씨가 탄원서와 함께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자료를 반복해서 제출했다”며 “이는 형사소송법의 증거재판주의에 관한 기본원칙에 어긋나고,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피고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이런 식의 증거자료 제출을 허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재판장으로서 A씨의 행동이 왜 잘못된 것인지 자세히 설명했고 그 과정에서 해당 표현을 쓰기도 했다”며 “A씨 개인의 인격을 폄훼하려는 의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특정 몇 마디 단어로 사실관계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시 재판장에 함께 자리했던 방청객들은 “판사가 교수를 혼내는 것 같았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인권위 참고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머리가 하얀 교수를 일으켜 세우고는 10여분이 넘도록 ‘주제넘은 짓을 했다’는 말을 여러 차례 썼다”며 “30년 넘게 인권운동을 하고 법정에 드나들었지만, 그날처럼 재판하는 것은 처음 봤다. 모욕감을 주고 인격을 무시하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판사가 형사소송법상 증거절차를 지키려는 목적에서 A씨의 행동을 제지하고자 했다 하더라도 당시 발언은 부적절하다고 봤다. 인권위는 “통상 ‘주제넘은 짓을 한다’는 표현은 어른이 어린 사람을 나무라는 표현이지만,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이에게 그것도 공개된 장소에서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은 자존감 훼손에 이를 수 있다”며 “법관의 소송지휘권 행사도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 등을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