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산불이 발생한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조 앨런은 아내와 8개월 된 딸을 차에 태워 대피했다. 화염으로 둘러싸인 도로를 달리면서 앨런은 노래를 불렀다. 딸 올리비아를 달래기 위해서였다. 그가 부른 노래는 ‘상어가족’. 이 모습은 폭스뉴스의 캘리포니아 주 지역방송국 KTVU 카메라에 포착돼 널리 알려졌다.
국내 교육 기업인 스마트스터디가 만든 ‘상어가족’은 영어 버전 ‘베이비 샤크’(Baby Shark)로도 제작돼 전 세계에 퍼졌다.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어 미국 유력 음악전문지 빌보드의 메인 싱글 차트인 핫100에도 올라갔다. 지난 9일(현지시간) 32위로 진입해 16일엔 38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 최신 대중음악이 경쟁하는 이 차트에 한국 동요가 이름을 오르기는 사상 처음이다. 역대 핫100에 진출한 한국 가수는 방탄소년단, 싸이, 씨엘, 블랙핑크, 원더걸스 등 다섯 팀뿐이다.
레드벨벳, 블랙핑크, 트와이스 등 K팝 가수들이 커버하며 외국에 알려지기 시작한 ‘상어가족’은 입소문과 패러디 영상으로 입소문을 탔다. ‘상어가족’의 율동을 따라하는 영상을 ‘#베이비 샤크 챌린지’(#Baby Shark Challenge)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공유하는 것이 한 때 유행이었다. 미국의 인기 방송인 엘렌 드제너러스도 자신이 진행하는 NBC ‘엘렌 드제너러스 쇼’에서 ‘상어가족’ 율동을 보여줬다.
‘상어가족’은 오락거리로만 기능하지 않는다. 미국에선 자폐증 아이의 치료에 ‘상어가족’이 활용되는 사례가 있었다. 영국의 한 아침방송에서는 심폐소생술 방법을 설명하면서 “‘상어가족’ 노래의 박자를 기억하면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노래의 1절 박자가 가슴 압박 속도와 비슷해서다.
예상치 못한 인기에 외신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CNN은 15일 ‘아기 상어의 미친 인기의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파헤쳐보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제는 ‘아기 상어’의 시대”라고 썼다. “먼 미래의 인류가 2019년의 문화를 연구한다면, ‘상어가족’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CNN은 ‘상어가족’의 인기요인으로 입소문, 중독성, 다양한 변주, 유튜브 중심의 음악 소비를 꼽았다. 실제로 2년 전 유튜브에 올라온 ‘상어가족’ 댄스 동영상은 21억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후크송의 경우, 한번 인기가 누적되기 시작하면 쉽게 가라앉기는 어렵다. 2주차 순위가 살짝 내려가기는 했지만 당분간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상어가족’의 이름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CNBC 또한 ‘상어가족’이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후 최고의 한국 노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