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위한 의료통합, 단계 밟는 한의사들

국민을 위한 의료통합, 단계 밟는 한의사들

기사승인 2019-01-18 16:19:49

2019년 보건의료계가 대대적인 변화에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보장성 강화정책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예정이다. 게다가 커뮤니티케어, 장애인주치의제, 만성질환관리제 등 문재인 정부만의 보건의료정책이 본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정책적 변화와 함께 임상현장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새해부터 들려온 명망 있는 정신과 의사의 사망소식으로 촉발된 진료환경 변화가 조만간 구체적인 모습으로 제시될 듯하다. 여기에 응급의료체계, 외상진료체계의 개선도 조속한 시일 내 추진될 계획이다.

일련의 변화로 인한 직역간 갈등도 심화될 조짐이다. 특히 의료계와 한의계가 격렬히 충돌하며 미래 의학의 모습을 위한 홍역을 치를 것으로 관측된다. 대한한의사협회 최혁용 회장은 17일 의료계가 선전포고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내용을 선언하며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 “일차의료 강화는 시대정신, 통합의사의 길 개척할 것”

최혁용 회장은 17일 신년기자회견에서 2019년 한의협회가 추진할 사업들을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협회는 올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내장추나, 첩약 등 한의학적 치료를 비롯해 천연물 유래 한약제제 의약품의 건강보험 급여화, 한의사의 공공의료 참여 및 통합한의학전문의 배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한의사는 현대의학의 질병명으로 진단하지 않으면 진찰료를 청구하지 못한다. 진단의 의무를 강제해놓고 진단의 도구를 주지 않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현대의료기기의 사용권 확보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자 국민의 진료선택권 보장과 진료편의성 제고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추나요법의 건강보험 급여화는 작은 시작이다. 이제 첩약 및 한약주사제와 천연물의약품을 포함한 제제들이 급여화될 것이다. 내장추나와 추가적인 물리치료도 급여화가 추진될 것”이라며 “국가보건의료체계에 진입하는 것이 우리의 갈 길이라는 생각에서 2019년을 진정한 한의약 보장성 강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법 상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쓸 수 없다는 규정이 없으며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5종의 의료기기를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다는 판례나 치과의사의 보톡스 및 피부미용 레이저의 사용을 합법으로 판결내용을 감안할 때 적어도 X-레이 등 진단용 방사선 발생기기는 진단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만성질환관리나 커뮤니티케어, 장애인주치의제 등 지역사회 중심의 진료기능이 강조되는 사회적, 정책적 변화 속에서 한의사 또한 의료인의 한 축으로의 역할이 요구되는 만큼 이에 부합하는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과거 가정의학과나 치과계의 통합치의학전문의처럼 통합한의학전문의 혹은 가정한의학과를 배출할 수 있도록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의도다.

여기에는 한약제제 혹은 천연물을 이용한 의약품 산업화 수준을 일본이나 중국처럼 높이고, 모든 한의학적 행위와 도구가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소수에 그치고 있는 건강보험 급여목록을 확대해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고 국민 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포부도 담겼다.

◇ 첨예한 대립 속 의지 불태우는 한의협

문제는 이들 하나하나가 직역간 갈등으로 진척이 없거나 논쟁이 불거졌던 사안들이라는 점이다. 당장 현대의료기기 사용논란은 의료계와 오랜 기간 다퉈온 사안으로 국회와 정부가 나섰음에도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안전성과 유효성 등을 이유로 의료계는 한의사가 주치의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보고 반대 입장을 펴왔다.

한약제제 혹은 천연물 유래 의약품 관련 문제는 의약분업과 엮여 한약사와 약사 간 의약품 조제의 주체가 누가될 것이냐는 논쟁과 함께, 한약으로 볼 것인지 현대의약품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의사와 한의사의 처방권 논쟁까지 더해져 복잡한 양상을 띠며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한의사는 의사가 아니”라며 “의사와 한의사는 의료법 상 면허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볼 때 검증되지 않은 전통, 대체의학에 대한 위험성 및 잠재적 유해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의과영역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계획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한방치료의 급여화 역시 같은 맥락에서 안전성과 비용대비 효과성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며 반대입장을 피력해왔다. 천연물 유래 의약품과 관련해서도 현대의학에 입각해 천연물에서 추출한 성분과 인체화학반응 등을 바탕으로 개발된 만큼 한약으로 볼 수 없으므로 한의사들의 처방범위를 벗어나는 의약품이라며 의사들만이 처방해야한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2가지 전략을 바탕으로 일련의 논쟁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입장이다. 16개 시도지부와 230개 분회를 보다 조직화해 각자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고 필요하다면 투쟁도 불사하며 부족한 점, 잘못된 점을 바로 잡고, 한의사들이 피를 뽑고 주사제를 사용하고 진단을 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국민들에게 적극 알리겠다는 것이다.

특히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융복합 발전에 힘쓰며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 불편을 없앨 수 있길 바란다”면서 “시대적 요구도 달라지고 있다. 의료의 일원화 또한 가야하는 방향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부터 단계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내비췄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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