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범죄를 저질러 면허가 취소돼도 다시 받을 확률이 97.5%로 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공중보건의사가 여성을 몰래 촬영하다 체포돼 처벌을 받았다. 추후 진료 현장에 복귀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 현행법상 의료인이 성범죄를 저질러 불구속 입건돼도 의료행위가 가능하고 유죄판결 시에도 면허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부산의 한 정형외과에서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대리로 수술을 진행해 환자가 뇌사상태에 빠져 숨진 일이 있었다. 대리수술을 시킨 의사는 구속적부심 이후 풀려나 열흘 뒤 병원 영업을 재개해 논란이 일어났었다. 의료법상 확정판결 전에는 면허취소가 안 되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여대생 청부살인의 주범인 영남제분 회장 부인에게 돈을 받고 허위 진단서를 써줬던 교수도 벌금형을 받고 이후 같은 병원에 복귀했다.
현행 의료법의 의사 면허취소 요건으로 ▲허위 진단서 작성 ▲업무상 비밀 누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진료비 부당 청구 ▲면허증 대여 ▲리베이트 등으로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취득해 금고형 이상을 받은 경우 등으로 명시돼 있다. 성년후견 대상자나 정신질환자도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이 경우들을 제외한 다른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면허 효력은 유지된다. 만약 면허가 취소되더라도 취소 기간이 지나면 대부분 면허가 교부된다. 면허취소 기간은 1~3년이다.
2000년까지는 업무상 과실치상·치사 혐의로 금고형 이상 처벌을 받으면 의사 면허가 정지될 수 있었지만, 의사들의 적극적 진료를 막는다는 이유로 의료법의 해당 조항이 사라졌다. 성범죄자의 의료 관련 시설 취업 제한도 2016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없앴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면허 재교부 신청 및 결과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현재까지 면허가 취소된 의사가 재교부를 신청한 41건 중 40건으로 재교부율이 97.5%였다. 면허취소 사유를 보면 부당한 경제적 이익 수령 11건, 마약류 관리법 위반 5건, 면허증 대여 5건 등이었다. 남은 1건은 지난 2012년 논란이 됐던 시신을 유기한 산부인과 의사로 현재 심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면허 재교부는 면허 재교부 금지 기간이 지난 의료인이 신청하면 된다. 면허취소 원인이 된 사유가 소멸하거나 현저한 개선이 인정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한다. 이 과정에서 복지부로부터 적당한 사유로 인정하면 면허를 재교부하고 있으며 별도의 심의 절차는 없다.
지난 2000년 업무상 과실치상·치사 혐의로 금고형 이상 처벌을 받으면 의사 면허가 정지될 수 있었지만, 의사들의 적극적인 진료를 막는다는 이유로 개정됐다. 의사들의 강력범죄가 있을 때마다 면허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됐다. 같은 당 윤후덕 의원은 면허 재교부 제한 기간을 2~5년으로 늘리자는 의료법 개정안을 내기도 했다. 기타 개정안들이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단 한 건도 통과되지 못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