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문화재청, 반구대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한마음…관건은 'TK'

울산시-문화재청, 반구대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한마음…관건은 'TK'

기사승인 2019-01-26 20:45:35

선사시대 생활 모습이 새겨진 반구대 암각화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울산시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주변환경 훼손은 안된다며 '댐 수위 조절' 방안을 놓고 과거 울산시와 갈등을 빚어오던 문화재청이 최근들어 암각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적극 나서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 '묵은 과제'를 풀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신석기시대 새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문재인 대통령과 송철호 시장의 공통된 공약 사항이다. 문제는 하천(대곡천) 옆 절벽에 새겨진 암각화의 상당 부분이 계절에 따라 물에 잠겼다가 노출되기를 반복하는 상황에서 수위 조절 방안을 놓고 수십년간 거듭해 온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방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암각화 옆을 흐르는 대곡천은 울산시민들의 식수원이다. 하류에는 지난 1965년 건설된 사연댐, 상류에는 2005년에 지어진 대곡댐이 자리잡고 있다. 사연댐을 허물어버리면 암각화 침수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대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울산시민들은 식수원 부족 상황을 맞게 된다.

울산시는 지난 2010년 1월11일 반구대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이후 이같은 식수원 부족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해 '유로 변경' '생태제방 축조' 등 여러 방안을 제시했으나, '주변환경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문화재청을 설득하지 못했다. <잠정목록은 세계문화유산이 되기 위한 예비목록이다. 최소 1년 전에 잠정목록으로 등재된 유산에 대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할 자격이 주어진다>

지난해 7월 송철호 시장 출범 이후 이같은 분위기가 반전됐다. 송철호 시장은 '맑은 물 공급대책 없이 사연댐 수위를 낮출 수 없다'던 기존 시정 방침을 180도 바꿔 사염댐 수위를 낮추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았다. 울산시는 지난해 10월6일 박병석 시의원의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 '사연댐의 현재 60m 수위를 앞으로 52m로 8m 낮추겠다'는 방침을 처음으로 밝혔다.

사연댐을 8m 낮추게 되면 울산지역 시민들의 식수로 공급되는 원수는 현재 18만톤에서 15만톤으로 3만톤이나 줄어들게 된다. 울산시가 2025년 기준으로 시민들의 청정원수로 추정한 필요 수량은 39만톤. 줄어든 사연댐의 원수 15만톤에다 회야댐 원수 12만톤을 더하면 27만톤이니, 12만톤이 부족하다.

송 시장이 자신의 공약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12만톤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내놔야 한다. 당시 울산시는 서면 답변에서 "경북지역 운문댐에서 7만톤을 빌어오고, 공업용수인 대암댐의 물을 용도변경해 5만톤을 생활용수로 용도전환하겠다"는 방침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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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도 문제는 여전히 남았다. 대암댐의 공업용수를 생활용수로 전환하는 데 따른 시민들의 거부감은 차치하고라도 운문댐에서 용수를 끌어다쓰려는 데 대해 반대하고 있는 경북지역민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다. 또한 운문댐 또한 만성적인 물 부족으로 안정적인 공급원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이낙연 국무총리가 대구·경북·구미·울산 광역단체장들과 가진 비공개 회동에서 대구시민의 식수원인 운문댐 물을 울산과 공동 사용한다는 데 합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이에 반발하는 기류가 형성되기도 했다.

결국 현 시점에서 반구대 암각화에 대한 장기적인 보존방안의 핵심은 운문댐 물을 울산시민의 식수원으로 끌어올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송철호 시장은 새해 들자마자 지난 9일 울산시 보도자료를 통해 "오는 202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로 했다"며 세부 추진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올해 반구대암각화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기 위해 상반기에 3억원 예산을 투입해 연구용역을 연내 마무리한 뒤 내년까지 세계문화유산 등재 이전에 해야 하는 우선등재 목록에 이름을 올린다는 내용이다.

지난 17일 울산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반구대 암각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지원을 요청한 송 시장은 24일 대통령의 울산방문과 관련한 후속대책을 협의하기 위해 청와대를 방문했다.

이후 문화재청의 반응은 빨랐다. 당장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25일 반구대 암각화 현장을 방문 "직접 와보니 가슴이 뜨거워진다"며 "대곡천 암각화군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자원이 되도록 문화재청에서 열심히 뛰겠다"고 화답했다. 정 청장은 문화재청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한 송 시장에 대해 "반구대 암각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탁월한 보편성으로 인해 말할 것도 없다"면서 "댐 수위를 조절해 하루빨리 세계인에게 자랑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문화재청의 이같은 화답이 앞으로 울산시민에 식수원을 양보해야 하는 TK(대구경북)에서 어떤 반응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한편, 반구대(盤龜臺)는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사연호 끝머리에 층을 이룬 바위 모양이 마치 거북이 넙죽 엎드린 형상을 하고 있는 데서 따온 이름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대곡천변 깎아지른 절벽에 너비 8m, 높이 3m가량 판판한 수직 바위를 중심으로 주변 10곳 바위면에서 모두 300여 점 형상이 표현돼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포경 유적이자 북태평양 연안의 독특한 해양어로(漁撈) 문화를 대표하는 인류 문화유산으로 꼽힌다. 

울산=박동욱 기자 pdw7174@kukinews.com

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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