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 눈이 따끔하고 재채기가 나면서 숨이 막힌다?
아마도 이것은 우리가 미세먼지의 ‘소리 없는’ 공격을 받고 있는 증거일지 모른다. 거리에서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린 행인을 보는 것이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게 된 것은 따져보면 수년밖에 안 된,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최악의 (초)미세먼지 재앙. 먼지의 무차별적 ‘공습’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무방비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걱정은 ‘공포’에 가깝다.
미세먼지가 바꾼 우울한 풍경은 여러 모습이다. 일상에서 공기청정기와 마스크는 생활필수품처럼 여겨진다. 업체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전년대비 공기청정기 판매 및 렌탈 비율이 100%를 상회했고, 편의점과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마스크 구매율이 최대 300%이상 급증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지난 15일 2015년 환경부가 미세먼지 관측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초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됐다. 아울러 수도권에 사흘 연속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지자, 병원은 두통과 호흡기의 이상 증세를 호소하며 내원한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미세먼지가 가져오는 해악성은, 그러나 우리가 현재 체감하는 일부 불편보다 더욱 크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홍윤철 서울대의대 교수는 지역별 초미세먼지 농도와 연령 및 특정사망률을 분석한 결과, 한 해 1만1924명이 기대수명보다 일찍 사망했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이 수치는 극히 보수적으로 산출한 결과로, 미세먼지로 인해 이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미세먼지는 대부분 중금속이 포함된 화학물질이 수증기와 결합해 생성된다”며 “체내 유입시 미세먼지는 화학물질로써 작용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즉, 독성 화학물질이 체내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미세먼지는 뇌졸중은 물론 우울증과 알츠하이머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문재인 대통령은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선포, 각 부처에 미세먼지 감축 방안을 주문했다. 지난 22일에는 5개 시도에 추가로 비상저감조치가 도입됐다. 산업계에도 5개 업종에 걸쳐 미세먼지 자체 감축이 시행중이다. 여기에 최근 기상청은 인공강우 실험을 실시, 미세먼지 저감에 나서기도 했다.
국회도 부산한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미세먼지대책특별위원회’를, 자유한국당은 ‘안전안심365특별위원회’를 발족하며 제도적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관련 법안도 봇물을 이뤘다. ▲민주당 신창현 의원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민주당 김병욱 의원 ‘재난안전법’ ▲바른미래당 유의동 의원은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 등을 포함해 관련 법안이 쏟아졌다.
이렇듯 정부와 국회가 여러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책 수립 방향의 전향적 수정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가 벌이고 있는 중국과의 미세먼지 책임 공방이 대표적이다.
홍윤철 교수는 “‘우리는 피해자, 중국은 가해자’라는 구도를 탈피해야 한다”며 “미세먼지의 이동은 국제적인 시각에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세먼지의 이동은 보편적인 관계로 봐야한다. 한중간 대립관계로 사안을 대하는 것은 해결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