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심장을 이식받은 아들의 엄마가 뇌사상태에 빠져 3명에게 장기를 기증했다.
김춘희(42)씨는 사고로 뇌사상태가 돼 대전 성모병원에서 간장, 신장을 지난달 27일 기증했다. 김씨의 아들은 지난해 희귀심장병을 판정받아 심장이식을 받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악화됐다. 심장의 기능이 너무 나빠져 장기기증을 통해 이식을 받지 않으면 안 될 정도까지 됐다. 그냥 죽지 않고 기증을 결심한 사람을 찾아야 다시 살 수 있는 상황에 가족들은 힘든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김씨의 가족들에겐 아들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기적적으로 지난해 심장을 이식받게 됐고 건강을 회복하게 됐다.
1년 뒤 엄마인 김씨가 안타까운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졌고 반대로 누군가를 위해 기증을 결정해야 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됐다. 그의 가족들은 사고가 나기 전 김씨의 의사 표현에 따라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이런 경우는 지금까지 국내에 2~3건에 불과할 정도로 드문 경우다.
김씨는 대전에서 1남 3녀 중 둘째로 태어나 밝고 상냥한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모두 사랑받는 사람이었다고 알려졌다. 자녀로는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뒀으며 텔레마케터로 일하며 힘든 업무 속에서도 아이들을 위해 뭐든지 희생하고 아낄 정도로 자녀에 대한 애정이 컸다고 전해졌다.
그의 남편인 노승규씨는 “아들이 받았던 새 생명만큼 아내도 다른 사람에게 선물한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씨의 딸은 “엄마와 친구 같은 사이로 지내며 늘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기증으로 내 동생이 살아났듯이 엄마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가서 산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씨의 발인은 대전시 정수원에서 지난달 29일 진행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사회복지사의 가족관리 서비스 등 기증 예우가 진행될 예정이다.
조원현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뇌사 장기기증은 누군가에게 새 삶을 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일이기도 하다”며 “숭고한 생명나눔을 결정해주신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에게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