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1000만 영화가 탄생했습니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영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이 그 주인공입니다.
‘극한직업’은 설 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6일 누적관객수 10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외화 포함 역대 23번째 1000만 영화에 등극한 것이죠. 영화 ‘명량’, ‘신과함께-인과 연’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빠른 속도이자, 코미디 영화로는 2013년 ‘7번방의 선물’ 이후 6년 만에 거둔 쾌거입니다.
‘극한직업’은 마약반 형사들이 잠복수사 도중 치킨집을 인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망해가던 치킨집이 갑자기 대박을 터뜨리게 되면서 형사들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는 코믹한 설정으로 전개됩니다.
‘극한직업’이 처음부터 1000만 영화 기대작으로 손꼽힌 건 아니었습니다. 시사회 직후부터 영화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지만 매일 100만 관객을 모을 정도로 흥행할 거라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극한직업’이 흥행에 성공한 요인으로 가장 먼저 언급되는 건 ‘코미디’입니다.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영화를 원했던 관객들의 갈증을 정통 코미디를 표방한 ‘극한직업’이 해소시켜 준 것이죠. 지난해 깜짝 흥행을 거둔 영화 ‘완벽한 타인’과 올해 첫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 ‘내 안의 그놈’의 흥행과 같은 맥락입니다. 제작비 100억원이 넘는 기대작으로 지난해 연말 동시에 개봉했지만 흥행에 실패한 ‘스윙키즈’, ‘마약왕’, ‘PMC : 더 벙커’가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뤘던 것과 대비됩니다.
개봉 시기도 눈에 띕니다. 큰 경쟁작이 없었고 설 연휴 효과를 톡톡히 봤습니다. ‘극한직업’보다 한 주 늦게 개봉한 ‘뺑반’은 100만 관객은 돌파했으나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5일 개봉한 ‘알리타: 배틀엔젤’ 역시 ‘극한직업’의 흥행 가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죠. 덕분에 ‘극한직업’은 설 연휴 5일 동안 525만 관객을 모으며 역대 설 연휴 최다 관객을 동원했던 ‘검사외전’(478만9288명)의 기록을 넘어섰습니다.
반대로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지적도 나왔습니다. 지난 4일 ‘극한직업’은 2002개 스크린에서 1만901번 상영됐습니다.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관객들이 많다 해도 영화관의 절반 이상이 ‘극한직업’ 뿐인 건 심했다는 것이죠. 물론 지금보다 스크린수가 적어도 ‘극한직업’은 흥행에 성공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빠른 속도로 1000만 관객을 넘어설 수는 없었겠죠.
분명 ‘극한직업’의 흥행 성공은 예상 밖의 사건입니다. 거꾸로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한 흥행 공식이 존재해왔다는 얘기도 되겠죠. 관객들이 흥행 공식에서 벗어난 영화를 선택한 의미를 되짚어봐야 할 시점이지 않을까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