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 간호사, 프렌차이즈 카페 노동자의 공통점은

보육교사, 간호사, 프렌차이즈 카페 노동자의 공통점은

노동자 입장에서 현실가능성 있는 대책 필요 지적

기사승인 2019-02-12 00:09:00

#평일 점심 서울 여의도 내 스타벅스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30분도 안 되는 시간에 200여 명의 주문이 이어졌고 매장 내 직원들은 커피를 만들고 손님을 호명하느라 정신없었다. 손님들의 수다에 직원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외침이 끊이지 않았다. 직원들은 숨 돌릴 여유 없이 기계처럼 움직였다. 

보육교사, 간호사, 프렌차이즈 카페 노동자. 전혀 다른 곳에서 근무하지만 의외로 공통점이 있다. 고된 노동·제대로 된 휴식 미확보 등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건강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렌차이즈 카페 노동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지난해 말 스타벅스를 관둔 A씨는 “스타벅스 내 콜링 시스템으로 인해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콜링 시스템은 직원이 주문한 고객을 직접 호명해서 음료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A씨는 “손님이 음료를 안 찾아가면 계속 외쳐야 하는 구조. 감기에 걸려도 부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계속 서서 일해야 한다”며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지만 노동 강도가 너무 셌다”고 덧붙였다.

노환규 하트웰의원 원장은 “오래 서서 일할수록 하지정맥류·척추질환 등이 생길 확률이 높다”며 “카페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경우 손님 응대로 인한 정서적인 스트레스도 심할 것이다. 감정 노동에 대한 해결책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NS에는 스타벅스의 진동벨 도입을 요구하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온다. 그러나 스타벅스는 지난 2011년 공식 트위터를 통해 “스타벅스는 아날로그적인 감정, 사람과 사이의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아 전세계 어디서도 (진동벨이) 도입되지 않았다”고 밝힌 이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스타벅스 사회공헌팀 관계자는 “이름을 불러 음료를 제공하는 것이 스타벅스의 경영철학”이라며 “직원들의 노동 강도를 낮추고 만족하게 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고 밝혔다.

보육교사, 간호사 등 전혀 다른 직업군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쏟아진다. 환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돌보는 간호사들의 경우 “쉬는 시간은커녕 밥 먹을 시간도 없다. 화장실 가는 것도 눈치 보인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보건의료노조가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병원 직원 절반 이상이 휴게 시간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신규직원 이직률은 38.1%에 달했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간호사 1인당 맡는 환자 수가 19.5명이다. 이는 일본 7명, 미국 5.4명 등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 3~5배 높다. 이러한 노동환경에 간호사 면허를 소지한 사람의 절반이 일을 하지 않고 있다. 평균 근속연수도 5.4년에 불과하다. 

보육교사도 마찬가지이다. 화장실에도 가려고 잠깐이라도 자리를 비웠을 때 아이들이 다칠까 봐 방광염을 달고 사는 보육교사도 부지기수이다. 하루 평균 노동시간 9시간 36분, 휴식시간은 18분이었다. 이는 ‘2015년 전국보육실태조사’에서 밝힌 보육교사의 근무시간이었다. 때문에 정부가 보육교사 휴게시간 보장에 나섰지만, 개선은 유명무실하다. 대체교사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이를 위해 보조교사를 운영하는 것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앉을 권리, 쉴 권리는 지난 2008년 도입됐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80조를 보면 ‘사업주는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작업 중 때때로 앉을 기회가 있으면 해당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의자를 갖추어 두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는 권고 사항에 그쳐 대부분 노동자가 누리지 못하고 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독일 등 해외 선진국은 의자를 비치하는 것은 물론 그 높이를 계산대에 맞추도록 권장해 노동자가 앉아서 근로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노동자 입장에서 건강을 위해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 실태조사부터 한 뒤 실효성 있는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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