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의 경영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진그룹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1일 제2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에서 한진칼에 한해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를 위해 정관변경 주주제안을 하기로 의결한 데 따른 당사자 기업의 ‘불편한’ 속내가 감지된다.
기금위는 ‘최소한의 경영참여 주주권행사’로써 “이사가 회사 또는 자회사와 관련하여 배임, 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가 확정된 때에는 결원으로 본다. 다만 본 결원의 효력은 형이 확정된 때로부터 3년간 지속된다”는 내용의 정관변경 제안을 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대해 한진 측은 “국민연금에서 정관변경을 요구할 경우 법적 절차에 따라 이사회에서 논의하겠다”는 다소 강경한 입장을 내보였다.
당시 기금위에서 한진칼에 대해 다수 위원들은 “경영진 일가의 일탈행위로 주주가치가 훼손되었다는 것에 공감한다”면서 “상징적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함으로써 오너 리스크를 해소하고 주주가치를 제고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기업은 불쾌한 내색을 감추지 않는다. 한진 관계자는 “기업 차원의 입장이 없다”면서도 ‘오너리스크’와 관련해 “주관적 관점이며 과연 합리적인 의사결정인지 의문이다. 오너리스크의 실체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정반대편에서도 싸늘한 시선이 감지된다. 시민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이른바 “칼을 빼 들었으면 제대로 하라”는 것. 실제로 참여연대는 12일 국민연금에 질의서를 보내 ▲‘관련규정 숙지’ 및 ‘과거 매매차익은 10%룰 예외’ 사전 인지 여부 ▲안건자료 작성 과정에서 ‘보건복지부 역할’ 및 ‘금융위 협의 내용’ ▲단기매매 현황, 회의 안건자료 및 회의록 등 공개 의향 있는지 등을 공개적으로 추궁했다.
관련해 국민연금이 한진칼에 대한 지분보유율이 10%미만이라 주주권을 행사해도 단기매매차익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단기매매차익 반환의무는 경영참여를 선언한 이후에야 적용되는 만큼, 과거 발생한 단기매매차익은 반환의무가 없다”고 일축했다. 즉,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에 대해 단기매매차익 반환부터 걱정했다는 기금위의 주장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남양유업에 대해 국민연금은 이사회와는 별도의 심의·자문 위원회를 설치하라고 정관변경을 주문했다. 배당을 높이라는 요구에 대해 남양유업은 “최대주주만 혜택을 보게 된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항명’이 발생해 초미의 관심을 끌었다.
국민연금은 이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기금운용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될 것이라는 기본 입장 외에는 할 말이 없다”고만 거듭 밝혔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국민연금은 세계 최대 규모의 연기금을 보유하고 있고, 국내 주식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거대 주주”라면서 “기금의 장기 수익성 제고 및 공적 연금의 사회적 책임을 진다는 견지 하에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밝혀 스튜어드십코드의 ‘강력한’ 적용을 촉구했다.
이렇듯 기업과 시민단체 모두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는 국민연금은 마냥 ‘고(go)’하기도 ‘스톱(stop)’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수탁자로서 주주가치 제고와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투명하고 공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주주활동을 적극적으로 이행할 것”이라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다분히 원론적인 발언이 안팎의 압박으로 인해 ‘공염불’로 끝나고 말지, 국민들의 눈과 귀가 여기에 쏠려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