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톡신제제, 글로벌 진출 걸림돌은 '균주'

보툴리눔톡신제제, 글로벌 진출 걸림돌은 '균주'

메디톡스 ITC제소로 '균주' 논란 재점화… '나보타'는 미국FDA 허가

기사승인 2019-02-14 00:13:00
분쟁 장기화는 국내 제약산업 발전 저해
최근 대웅제약 ‘나보타’가 미국FDA(식품의약국) 허가를 받으며 국내 보툴리눔톡신제제의 글로벌 시장진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균주의 출처를 놓고 여전히 대웅제약, 메디톡스, 휴젤 등 국내사들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긍정적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대웅제약 ‘나보타’는 지난 2일 미국 식품의약국(이하 미국FDA)으로부터 미간주름 적응증에 대해 최종 품목허가 승인을 받았다. 2014년 국내에 출시한 나보타는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품 가운데 최초로 세계 최대 보툴리눔 톡신 시장인 미국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Daedal research, Bloomberg 보고서 등에 따르면, 전 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약 4조원 규모로 현재 미국 시장이 2조원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매년 9% 이상 증가하고 있다. 나보타의 미국 현지 판매는 미용적응증 제품 판매에 특화된 현지 파트너사 에볼루스(Evolus)가 맡게 되며, 상반기 중 출시를 통해 시장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웅제약도 이번 쾌거에 분위기가 고조돼 있다. 전승호 사장은 “나보타의 (미국)FDA 승인을 통해 세계 최대 보툴리눔 톡신 시장인 미국에서 미간 주름의 개선에 대한 경쟁력 있는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쁘게 생각한다”며 “나보타의 우수한 품질과 안전성, 유효성이 입증됨에 따라 미국 및 캐나다 등 북미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진출을 확신하며, 글로벌 제약사로의 도약을 위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나보타의 미국 FDA 승인에 앞선 지난달 30일 메디톡스와 엘러간이 나보타에 사용된 균주의 출처를 문제 삼으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한 것으로 알려지며 다시 ‘균주’논란이 불거지게 됐다. ITC는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한 조사를 담당하는 곳이어서 이번 제소는 제품의 안전성·유효성 검증이 아닌 균주 출처 등 제조과정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제약사간 보툴리눔 톡신 균주 논란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균주 분쟁이 안전성 논란으로 확대되자 2017년 메디톡스 ‘메디톡신’(2제품), 대웅제약 ‘나보타주’(4제품), 휴젤 ‘보툴렉스’(2제품)의 안전성·유효성검토서와 기준 및 시험방법 심사결과 보고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반면 균주를 관할하는 질병관리본부는 논란에도 명확한 답을 내놓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한편 이번 제소는 보툴리눔 균주의 도용과 관련된 것으로 이전에 메디톡스가 미국에서 제기했던 소송과 큰 차이는 없지만 보톡스로 유명한 미국 제약사 엘러간과 함께 진행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자국기업 보호에 유리한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ITC 제소에 대해 대웅제약 관계자는 “한국에서 진행되는 소송내용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안다. 자세한 것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에서 통상적으로 위협이 되는 경쟁상의 진입을 막기 위해 진행하는 발목잡기 전략의 일환으로 내용도 그동안 메디톡스가 근거 없이 제기했던 주장과 전혀 차이가 없어 미국FDA 허가는 물론, 나부타의 미국시장 사업화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동일한 취지로 반독점법 소송에 휘말렸던 앨러간이 미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서의 의사와 소비자들의 선택을 제한하기 위한 또 다른 시도의 일환일 뿐이다. 이번 소송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메디톡스는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ITC 제소) 관점은 자국에 부정한 방법으로 만든 제품에 대해 수입제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제조과정에서 부정성이 중요하다. 만약 제소가 받아들여진다면 에볼루스는 판매할 수 없다”라며 “결과는 좀 걸리겠지만 한국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보툴리눔 균주 및 전 제조공정 기술 탈취에 대한 1심 소송이 진행 중이다. 

또 “정당한 방법이었다면 소송이나 이슈화하지 않았겠지만 부정한 방법으로 해외진출에 나서는 것은 문제”라며 “허가와 소송, 제소는 별개이다. 끝까지 밝혀내겠다”라고 강조했다. 

현재까지는 대웅제약의 말처럼 진행되고 있다. 메디톡스의 분쟁화에도 나보타는 미국에서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쟁이 지속될 경우 국내 제약산업 전반으로 피해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산업 성장을 위해 정부와 업계가 글로벌 진출에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에서 국내사간 분쟁은 유익할 계 없다”고 지적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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