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SBS 수목극 ‘황후의 품격’이 주춤하는 모양새다. 시청자를 사로잡았던 빠르고 자극적인 전개가 점차 과도해지며 뒷심을 잃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꾸준하게 지켜온 수목극 왕좌 자리를 종영을 한 주 앞두고 경쟁작에 내어줬다. 더불어 나왕식 역을 맡은 최진혁의 하차 소식도 전해졌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4일 방송한 KBS2 수목극 ‘왜그래 풍상씨’는 전국가구 시청률은 13.1%·14.8%를 기록하며, 같은 날 12.4%·14.6%를 기록한 ‘황후의 품격’을 근소한 차이로 넘어섰다. 첫 방송 이후 점차 시청률 차이를 좁히던 ‘왜그래 풍상씨’가 ‘황후의 품격’을 제친 것이다.
17.9%까지 치솟았던 ‘황후의 품격’의 시청률은 중후반부터 일정한 수치에 머무르며 정체기를 보였다. 김순옥 작가 특유의 자극적인 설정과 통쾌한 전개가 이어졌지만, 중반을 넘어서며 지나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람을 시멘트 반죽에 넣는 등 선정적인 소재가 끊임없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지난 11일 전체회의에서는 ‘황후의 품격’ 다수의 장면을 문제 삼았다. 노골적인 애정묘사와 잔인한 고문 장면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방심위는 ‘황후의 품격’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인권보호, 성적표현, 폭력묘사, 수용수준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법정제재 주의를 의결했다. 그럼에도 지난 13일 방송된 46회에서 황제 이혁(신성록)이 황후 오써니(장나라)에게 강제로 입맞춤하는 등 폭력적인 장면이 등장하자, 시청자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시청자가 자극에 재미를 느낀 것이 아닌 피로를 느낀 것이다.
주연 배우인 최진혁이 연장 회차에 출연하지 못 한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소속사 지트리크에이티브 관계자는 15일 쿠키뉴스에 “최진혁이 정해진 일정상 연장 회차에 참여하지 못 한다는 사실을 제작진에 전하고, 일정을 조율하려 했으나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따라서 최진혁은 오는 20일과 21일 방영분에 등장하지 않는다. 최진혁은 드라마에서 나왕식·천우빈 역을 맡아 장나라와 호흡을 맞췄다. ‘황후의 품격’은 주인공 중 한 명이 없는 상태로 드라마를 마무리 지어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방심위 제재까지 있었지만, 개선은 없었다. 빠르고 자극적인 ‘막장’의 재미에 환호하던 시청자들도, 방영 내내 비슷한 자극만 반복되자 등을 돌렸다. 자극만을 좇다가 개연성을 잃은 ‘황후의 품격’의 마지막은 어떻게 끝날까. ‘황후의 품격’이 마지막 품격을 지키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 볼 일이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