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서민금융 신청주의와 금융회사의 역할

[기자수첩]서민금융 신청주의와 금융회사의 역할

기사승인 2019-02-19 04:00:00

관주위보(貫珠爲寶),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재료가 있어도 이를 잘 엮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정부가 포용금융의 일환으로 신용회복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빚의 굴레에 빠져있는 서민의 재기를 위해 내놓은 이번 정책도 관주위보라는 말과 같이 서민이 이용했을 때 진정한 보배가 될 수 있다.

정부가 18일 발표한 신용회복제도 개선안은 대출 연체 위기에 빠진 이들의 대출 상환 기일을 늦춰주면서 스스로 갚을 기회를 제공하고, 빚을 갚을 의지가 있지만 갚을 능력이 없는 이들의 재기를 위해 빚을 더 많이 탕감해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꾸준히 이같이 채무 탕감을 확대해 왔다. 채무 불이행자가 빚을 못 갚고 사회에서 도태되는 것보다 일부라도 갚고 사회로 복귀하는 것이 사회 전체는 물론 연체자와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 모두에게 이득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금융위에 따르면 채무 불이행자 가운데 신용회복제도를 통해 채무를 탕감받고 재기에 도전하는 이들은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70%는 여전히 혼자서 빚을 갚기 위해 노력하거나 대출 상환을 포기한 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특히 70%의 채무 불이행자 가운데 정부의 각종 지원 대책을 몰라 이용하지 못하는 이들이 다수 존재한다. 정부의 서민금융지원 방안이 일괄 적용이 아닌 신청자에 대해서만 지원을 제공하는 신청주의를 통해 운영되기 때문이다. 이에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번 정책을 발표하면서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을 정도다.

문제는 서민의 참여를 독려할 주체가 정부가 아닌 개별 금융회사라는 점이다. 채무조정의 이해당사자로서 채무 불이행자와 직접적인 접촉이 가능한 곳은 개별 금융회사밖에 없다. 또 채무 불이행자의 정보를 바탕으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곳도 금융회사뿐이다.

예를 들어 이번 지원방안에서 도입된 ‘신속지원제도’를 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진 이들에게 개별적으로 알릴 방안은 금융회사의 ‘안내장’이 유일하다. 이를 제외하고는 정부가 금융회사를 강제하기도 어렵다.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국내에서 정부의 간섭은 ‘관치’라는 지적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민금융지원 정책의 핵심 주체는 서민도, 정부도 아닌 금융회사이다. 다만 지금까지 국내 금융회사의 행태는 ‘보여주기식 지원’, ‘성과창출식 지원’ 등 정부의 정책에 따라가는 수준에 불과했다. 최 위원장도 “금융기관의 실무적인 행태는 아직 개선의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금융의 생명은 고객 신뢰에서 출발한다. 금융사의 사회적 책임 수행은 장기적 관점에서 고객 신뢰를 이루는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서민에 대한 신용회복 지원 역시 금융사의 사회적 책임 수행의 일환이다. 금융업의 환경이 급변하는 지금, 금융회사들은 적극적인 서민금융 지원으로 소비자 신뢰를 쌓고, 지속가능금융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멀리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는 속담처럼 금융회사들도 소비자와 함께 멀리가려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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