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를 왜 사냐니, 기자 양반은 몰라?”
19일 오후 서울의 한 복권 판매점. 눈비가 뒤섞여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사람들은 언 손을 호호 불며 기대 섞인 표정으로 매점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이 소위 로또 ‘명당’으로 입소문이 난 탓이다. 여기서만 무려 40번의 1등 당첨자가 나왔다. 이날 기준 1등과 2등 모두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곳이다.
매장 안에 들어서자 ‘명당’의 기운이 물씬 풍겼다.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어떤 손님들은 알 수 없는 번호를 중얼거리기도 했고, 또 다른 손님은 1급 비책을 알고 있는 마냥, 번호를 적어온 메모지를 꼭 쥐고 로또 용지에 조심스레 옮겼다.
평일 오후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로또 한 장을 구입하는데 10여 분 안 밖의 시간이 걸렸다. 한 손님은 “로또 추첨 일이 임박한 날에는 30분을 넘게 기다리기도 한다”라고 귀띔했다.
손님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20대부터 머리가 희끗한 노인들까지 다양했다. 연령대가 다양한 만큼 로또에 거는 이들의 소망도 가지각색이었다. ‘통장에 넣고 백수 계속 할 거다’ ‘대출금 다 갚겠다’ ‘여자친구와 결혼 하겠다’ ‘해외여행해보고 싶다’ 등 저마다 명당에서 구입하는 로또에 소소하고도 소박한 소망을 걸었다.
인근에서 배달 일을 한다는 신모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짬을 내 이곳을 찾았다. 그는 “매주 이곳에서 로또를 구매한다”면서 “나도 대박 한번 내봐야 하지 않겠나, (로또) 사면 일주일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희끗한 머리의 김모씨는 “장사도 어렵고 로또나 살까 싶어 와 봤다”면서 “내가 봐도 이런 현실이 달갑진 않다”라고 혀를 찼다.
명당에서 구입하는 로또인 탓일까, 다수의 사람들은 수동 보다 자동을 골랐다. 그만큼 일상에 바쁜 보통 서민들이기도 했고 이곳의 기운에 자신의 운을 기대는 것처럼 보였다. 어떤 손님은 무려 10장을 구입해 가기도 했다.
매장이 바쁘게 돌아가는 만큼, 계산대 직원도 분주했다.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계산을 마쳤다. 황금돼지해라서 손님이 더 늘지 않았냐는 질문에 “새해 첫 주에는 사람들이 엄청 몰렸다”라고 짧게 답하곤 다시 계산에 집중했다. 다수의 로또를 구입하는 손님이 나오면 계산은 이따금씩 지연되어 느려졌다.
기자도 로또를 구입하고자 줄에 합류했다. 저마다 팍팍해진 삶에 지쳐 있는 것 같아 마음 한 켠이 아팠다. “로또 말곤 방법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날로 힘들어지는 경제 상황에 로또를 ‘소확행’ 정도로 여기기엔 현실이 어려워지지 않았나. 황금돼지해, ‘복’에 기대는 사람들은 점점 늘고만 있다.
지난해 로또복권은 무려 4조원 가까이 팔렸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로또 판매액은 3조9658억원으로 집계됐다. 로또 한 게임이 1000원임을 감안하면 총 39억6500여 게임이 진행된 셈이다. 판매액과 판매량 모두 2002년 로또를 팔기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 수치다. 기존에는 2017년이 판매액 3조7974억원, 판매량 37억9700여 게임으로 가장 높았다.
2017년과 2018년을 비교해 보면 무려 1억6800여 게임이 더 증가한 것이다. 최고 판매액을 기록한 2018년도 황금돼지해를 맞은 2019년도에 의해 또 깨질 가능성 크다.
기자도 자동 5게임, 수동 5게임 총 만원어치의 로또를 구입하고 매장을 나섰다. ‘이번 주의 주인공은 당신입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밟혔다. 왠지 모르게 나도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설렘이 몸을 감싼다. 당첨만 되면 나도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릴까. 하늘을 바라보니 회색빛 흐린 하늘은 아직 갤 줄을 몰랐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