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계절과 상관없이 발생하는 고농도 미세먼지로 인해 국민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세먼지가 건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는 가운데, 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한 날 호흡기질환자의 병원 이용률이 높아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게다가 우리나라 기준보다 훨씬 낮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 이하의 수준에서부터 호흡기질환자에게는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 영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연구소는 ‘미세먼지 및 초미세먼지 측정 자료와 국민건강보험 청구자료를 이용한 호흡기질환에서 의료이용과 사망영향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고, 미세먼지 농도 증가에 따른 건강 위해성을 평가했다.
연구는 2006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시 거주자 중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폐암 등 호흡기질환으로 입원하거나 외래진료를 받은 사람들의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이용해 진행됐다. 미세먼지 자료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2006년부터 2016년까지 대기오염 측정 자료를 이용했다.
그 결과, 천식 환자의 경우 PM10(지름 10㎛이하의 미세먼지)이 25μg/㎥를 기준으로 10μg/㎥ 증가할 때마다 외래 방문이 0.23% 늘고, 입원이 0.53% 증가했다. 응급실을 경유한 입원은 0.77% 늘었다.
PM2.5(지름 2.5㎛이하 초미세먼지) 농도는 15μg/㎥를 기준으로 10μg/㎥ 증가할 때마다 천식 환자의 외래 방문이 0.20%, 입원이 0.83%, 응급실 경유 입원이 1.55% 증가했다. 특히 15세 미만의 경우 PM2.5 농도가 10μg/㎥ 증가할 때마다 입원이 0.93%, 응급실 경유 입원이 1.8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성 천식 환자의 경우 PM2.5 증가에 따른 입원 및 응급실 경유 입원이 남성에 비해 더 크게 증가했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PM10이 25μg/㎥를 기준으로 10μg/㎥ 증가할 때마다 외래 방문이 0.36%, 입원 0.49%, 응급실 경유 입원은 1.0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PM2.5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15μg/㎥를 기준으로 10μg/㎥ 증가시 외래 방문 0.60%, 입원 0.74%, 응급실 경유 입원 2.08% 증가를 보였다. COPD의 경우에도 여성이 남성에 비해 미세먼지 및 초미세먼지 농도 증가에 따른 외래, 입원, 응급실 경유 입원이 크게 늘었다.
폐암 환자의 경우 PM10이 25μg/㎥를 기준으로 10μg/㎥ 증가할 때마다 입원이 0.47% 늘었고, PM2.5농도가 15μg/㎥를 기준으로 10μg/㎥ 증가 때마다 입원이 0.62% 늘었다.
입원 증가는 65세 이상에서, 여자보다는 남자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전체 호흡기질환자의 사망 분석에서는 PM10이 25μg/㎥를 기준으로 10μg/㎥ 증가할 때마다 사망이 1.51% 증가했고, PM2.5농도가 15μg/㎥를 기준으로 10μg/㎥증가할 때마다 사망이 1.99% 늘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대기질 및 미세먼지 수준이 선진국 및 여타 국가들에 비해 나쁜 수준이며, 서울의 연간 미세먼지 농도는 WHO 연간 미세먼지 환경기준에 비해 매우 높게 설정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WHO 권고 기준 이하의 미세먼지 농도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호흡기질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소는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허용 기준을 추가적으로 하향 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또 PM2.5 저감 및 민감층에 특화된 대책, 질환의 특성에 따른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