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젊은 자궁경부암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대한 국가의 관리 소홀이 원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HPV는 자궁경부암의 원인 바이러스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 자궁경부암 환자는 지난 8년(2010~2017)간 25%가량 증가했다. 자궁경부암으로 진단받는 여성은 매년 3600여명 정도인데, 이 중 30대 미만이 2000명 이상이다. 여타 암질환에 비해 유독 젊은 환자 비율이 높은 것이다.
특히 2012년 대한부인종양학회에 따르면 18~29세 여성 2명 중 1명꼴로 HPV에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HPV감염에 대한 젊은 여성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급기야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성건강에 손 놓은 복지부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청원도 등장했다.
청원자 A씨는 "많은 여성들이 성교육 시간에 배우지 못해서, 자궁경부암 백신이 무엇인지 잘 몰라서 허무하게 예방조차 못한 채 감염된다"며 "20대 여성 2명 중 1명이 감염된 성병(HPV)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고 국가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많은 여성들이 HPV로 인해 이형성증,곤지름,상피내암,경부암,외음부암으로 치료와 수술을 반복하지만 재발을 막을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가 없다. 대한민국 국민 절반이상이 바이러스 감염자인 대한민국에서 치료제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HPV는 성생활을 하는 여성이라면 일생에 적어도 한 번 이상 감염될 확률이 70~90%로 높다. 그러나 아직까지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의료계는 자궁경부암 정복이 머지않았다고 내다봤다. 세계 각국에서 HPV 중 자궁경부암 등을 일으키는 고위험군 타겟의 치료제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등에서는 자국 임상을 완료한 HPV치료제가 쓰이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HPV치료제 관련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김태진 건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HPV 치료백신 연구가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제넥신, 셀리드 등 회사들은 국내에서 3상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결과가 좋다면 3~5년 내로 상용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치료백신이 나오면 자궁경부암은 없어지는 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HPV감염만으로 자궁경부암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자궁경부에 감염된 HPV의 85%는 2년 내에 자연적으로 소멸하기 때문이다. 고위험군 15%는 암으로 진행하기까지 10년가량 시간이 걸리므로 자궁경부암 백신접종이나 주기적인 검진을 받아야 암을 예방할 수 있다.
주웅 이대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HPV에 감염됐다고 해서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가 자연사하는 비율과 암으로 이어질 확률 등을 따져보면 그렇게 높지 않다”며 “자궁경부암은 암으로 가기 전에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암이다. 2년 주기의 국가암검진을 꾸준히 받고, 고위험군일 경우 6개월에 1번씩 추가 검진을 받는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HPV감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안전한 성관계를 하는 것이 좋다. 또 세포 성장이 활발해지는 성장기 청소년이 HPV에 감염될 경우 HPV증식도 과도하게 이뤄질 수 있다.
구태본 안동병원 산부인과장은 “과거에 비해 성관계를 시작하는 나이가 빨라졌고, 성에 자유로운 분위기, 그리고 글로벌화된 것 등이 20대 감염률이 높은 이유일 것“이라며 ”HPV는 성매개로 전염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성생활을 일찍 시작했을 때 감염될 확률이 높다. 또 파트너가 많거나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