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사이에서 수도권 미분양에 대한 공포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올해 서울을 제외한 인천과 경기도 등 수도권 내 분양 아파트 중 순위 내 마감한 단지는 절반가량에 불과했다. 특히 중견건설사가 분양한 아파트 단지에서의 청약 미달은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같은 상황에서 신규 아파트들의 평균 분양가는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매제한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분양가 측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지도 못하고 팔지도 못해 시세가 없는 상황에서 분양가 산정을 하려다보니 이미 높아진 기준을 바탕으로 분양가가 산정됐다는 설명이다. 또 분양가 산정 과정에 있어서 건설사들의 노력 필요성도 제기됐다.
◇수도권 청약시장, 미분양 공포 확산…그럼에도 분양가는 오름세
25일 건설사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청약시장에서 순위 내 미달 공포가 커지고 있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올해 서울을 제외한 인천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서 청약을 받은 단지(민영 분양아파트 기준)는 총 12개 곳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순위 내 마감한 단지는 절반인 6개 단지에 불과했다. 1순위에서 모든 주택형이 마감된 단 4곳이었다.
1순위 마감단지를 보면 ▲e편한세상 계양 더프리미어(830가구, 삼호) ▲인천검단신도시 AB6 블록한신더휴(1264가구, 우미건설) ▲수지 스카이뷰 푸르지오(363가구, 대우건설) ▲위례포레자이(558가구, GS건설)다. 1순위 실패, 2순위 마감 단지는 2곳으로 나타났다. ▲쌍용 더플래티넘 부평(408가구, 쌍용건설) ▲용인수지성복동 월드메르디앙 샬레더블룸(50가구, 화산건설)다.
반면 중견건설사가 분양한 중대형은 모두 청약에서 실패했다. 우민산업개발이 지난달 9~11일 인천에서 청약을 받은 청천동 우민 늘푸른아파트는 총 161가구가 공급됐지만, 1순위에서 105가구가, 2순위에서 60가구가 결국 주인을 찾지 못했다. 또 대방건설이 경기도에서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청약을 실시한 화성송산그린시티 대방노블랜드는 총 997가구가 공급됐는데, 1순위에서 635가구가, 2순위에서 593가구가 미달된 체 청약을 마감했다.
대형건설사인 대우건설에서도 이같은 청약미달이 발생했다.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서 분양한 검단 센트럴 푸르지오가 아파트 청약에서 미달이 났다. 단지의 5개 주택형이 2순위 일반 모집을 받은 결과 최종적으로 잔여 물량 283가구가 나왔다.
반면 이같은 상황에서 건설사들의 평균 분양가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추세다. HUG의 1월 분양가격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 아파트 분양가는 1125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53% 올랐다. 최근 매매·전세시장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는 서울(2186~2508만원, 14.75%↑) 오름폭이 더 컸지만, 수도권 역시 1518~1699만원으로 11.87% 오르며 두 지역 모두 전국 상승률을 웃돌았다.
실제로 최근 안양시에서 분양한 평촌래미안푸르지오의 3.3㎡당 분양가는 2050만원대다. 안양시 내 분양 단지 중에서는 처음으로 3.3㎡당 분양가가 2000만원을 넘겼다. 59㎡의 경우는 3.3㎡당 분양가가 최고 2200만원 중반 수준까지 오른다.
◇거래절벽 따른 산정 기준 모호…건설사 "분양가 산정 몰라, 우린 시공만"
업계 전문가들은 HUG가 전매제한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분양가 측정을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지도 못하고 팔지도 못해 시세가 없는 상황에서 이미 높아진 기준을 바탕으로 분양가를 산정했다는 설명이다.
리얼투데이 장재현 본부장은 “서울 경우 입주 때까지 전매제한이 걸려있다. 팔지 못하니까 호가는 오르게 되고 실제 시세는 안잡힌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분양가 측정은 주변 시세를 바탕으로 하게 되는데, 이미 많이 오른 값을 기준으로 맞추다 보니까 높게 측정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HUG 측에서 적정 수준의 가격을 산정해내는 게 대거 미분양 우려를 피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또 분양가 산정 과정에 있어서 건설사들의 노력도 제기됐다. 건설사는 시공만 한다는 이유로 분양가 산정에 있어서 ‘나 몰라라’식으로 일관하기보다 HUG측과 조합원 간의 중재를 지속적으로 해나가거나, 신규 분양에 있어서는 적정 수준의 가격을 캐치하기 위해 노력해야하다는 설명이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고분양가 기조로 이어진다면 미분양, 미계약이 발생하고 이는 건설사 입장에서도 좋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 수요라든지 대출규제 등 수요억제책 관련해서 수요자가 시장 상황에 따라 민감하게 바뀐다는 걸 캐치하고 합리적인 분양가 산정에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사는 시공만 한다는 식의 나 몰라라가 아니라 건설 입장에서도 조합원 등 설득에 있어서 꾸준히 노력을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현재 경제여건이나 공급시장을 봤을 때 결과가 지난해처럼 좋지 않을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일각에선 일부 조합원 측의 입김이 한 몫을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실 건설사 입장에서 분양가를 높이는 건 좋지 않다. 아파트 분양 시 건설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완판 여부다”라며 “만약 고분양가로 인해 대거 미분양이 나게 되면 건설사는 브랜드 이미지로도 타격을 입게 되고, 공사비를 못 받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분양가가 오르는 이유는 조합원 측의 입김이 강하기 때문”이라며 “비싼 가격에 많이 팔게 되면 그들 입장에선 분담금이 줄게 되고 수익을 배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