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재직하다 최근 사표를 낸 김수정씨(가명·44)는 가족돌봄휴가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김씨는 “자녀의 병간호 때문에 연차 휴가를 사용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며 “가족돌봄휴가가 있더라도 중소기업에서는 ‘그림의 떡’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족돌봄휴가를 다녀오면 책상이 치워져있는 상황을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고 덧붙였다.
질병, 장애, 발병, 고령 등으로 돌봄을 요하는 가족구성원을 보살피기 위한 ‘가족돌봄휴가’. 법이 정한 이 제도는 과연 얼마나 활성화돼 있을까?
‘가족돌봄휴가’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로 보장받고 있지만, 실효성이 낮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기 돌봄을 위해 사용하기 어렵고, 급여 규정이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돌봄 대상 범위도 극히 협소해 ‘있으나마나한’ 제도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해외의 경우는 우리와 달리 이 제도가 꽤 활성화돼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족돌봄휴가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33개국. 국회 입법조사처의 ‘국내외 가족돌봄휴가제도 운영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국가별 제도는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지만, 제도 자체는 매우 적극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스웨덴은 중병을 앓는 가족이나 지인을 위해 휴가를 사용 시 100일 동안 월급의 80%를 지급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중병 및 장애가 있는 20세 이하 자녀 돌봄을 위해 각 건당 3년의 휴가를 실시하고 있고, 해당 기간 중 310일 동안 월급이 지급된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가족돌봄휴가제도는 퍽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2주 이상 집중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위해 노동자들은 건당 93일의 휴가를 나눠 사용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에는 급여의 67%가 지급된다.
가족돌봄휴가제도를 운영 중인 국가들에서 이 제도는 유연한 사용이 가능하다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급여 규정이 명시돼 있고, 돌봄 대상의 범위도 넓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경우는 이와는 정반대다. 돌봄대상 가족의 범위는 근로자의 부모, 배우자, 자녀, 배우자의 부모로 한정돼 있고, 일 년에 최대 90일 이내에서만 분할사용이 가능하며, 1회 당 30일 이상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휴직기간의 급여에 대한 규정이 없어 각 사업장마다 적용이 제각각인 형편이다. 비록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가족돌봄휴직 신청을 받고 휴직을 허용하지 않은 사업주에게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 것도 제도의 미비 때문이다.
그렇다고 관리가 잘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가족돌봄휴직이 육아휴직과 달리 비급여 사업이기 때문이다. 급여 수급자의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돼 있지 않아 가족돌봄휴직 사업체의 비율이나 이용 노동자 수 등에 대한 현황 파악은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맞벌이 가구가 늘고 있고, 급속도로 진행 중인 고령화로 노동자의 양육 및 돌봄 부담은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그 돌봄의 주체는 아직도 ‘여성의 몫’으로 전가되고 있다. 물론, 유럽 국가에서도 돌봄의 주체가 주로 여성에게 부과되는 탓에 가족 돌봄의 성별화 현상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가족 돌봄 제도 활용이 용이하다는 점은 우리와 구분된다.
해외에서 가족돌봄휴가 사용을 권장코자 지속적으로 제도를 손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도 이러한 추세에 맞춰 제도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관련해 국회 입법조사처는 관련 보고서를 통해 가족에 대한 직접적 간병 및 돌봄 외에도 질병, 의료시설, 관련 절차에 대한 정보수집 및 서비스 연계, 가족 간 협의 및 의논을 위한 시간으로 휴가가 사용되도록 유도하는 등의 유연한 사용이 가능토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