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공급중단 필수의약품, 해법 어디에

툭하면 공급중단 필수의약품, 해법 어디에

원가보전에 대해 제약계와 정부 인식차 확인

기사승인 2019-02-28 03:00:00

필수의약품 공급 제약사에 대한 정부의 원가보전방식에 사회경제적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잇따른 공급중단 사태와 관련 제약업계가 내놓은 대안이다.

27일 필수의약품의 공급 및 관리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장우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의약품의 공급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필수의약품 공급 중단 문제는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다. 앞서 지난해 국가필수의약품 315개 품목의 국내 생산-수입실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가필수의약품 중 국내 생산 및 수입실적이 전무하거나 의약품 허가를 받지 못한 경우 등이 전체 46.3%인 146개 품목에 달했다. 이 가운데 68개 품목(21.6%)은 아예 국내에서 의약품으로 허가조차 받지 못했다.

이들 의약품 대부분은 채산성(수익성) 문제로 제약업계에서 의약품을 생산·수입할 의지가 없거나, 국내에서 환자가 발생하지 않아 임상자료를 만들 수 없는 품목이다. 현재 국가필수의약품 중 20.3%인 64개 품목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중 56개 품목은 해당 품목의 의약품으로 허가받은 제품이 전부 수입제품이다.

이같은 공급중단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퇴장방지의약품관리제도, 국가필수의약품 위탁제도 등을 통해 제약사가 필수의약품의 생산과 공급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지원이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라는 것이 산업계의 인식이다.

장 상무는 "다양한 지원 제도가있지만 채산성(수익성)을 상쇄할 수 없으므로 원가보전이 좀 더 필요하다. 산업계 현실을 보면 의약퇴장방지의약품의 매출비중은 3%인데 비해 투입되는 생산역량은 30%다. 수익성이 없지만 임상적 필요성, 사회적 책무 수행 차원에서 생산을 지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우대조치는 근본적 해법이 아니다"라며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기업의 입장에서는 이윤 창출보다 사회적 책무를 우선시할 수 없다. 때문에 공공재로서 의약품의 역할을 이끌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가 제도와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존 원가산정방식의 문제점으로 ▲외국약가 대비 낮은 국내 약가 ▲혁신에 대한 보상방식 부재 등을 꼽았다. 현행퇴장방지의약품 원가산정방식이 생산공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등재된 품목의 상한금액이 생산원가에 미치지 못해 생산하기 쉽지 않으며 '사회경제적 가치'를 반영한 현실적인 원가보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사회경제적 가치'는 개별의약품의 특성, 대체약제와의 가격차이, 희생된 기회비용 등을 말한다. 하동문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A약품의 약가가 10원일 때 원가를 산정해 보존해도 10원에 불과하고 A약품의 원가를 200% 반영해도 200원이다. 이 때 대체약제가 400원이라면 사회경제적가치를 반영해 200원까지는 보존할 수 있지 않느냐"며 "전세계적으로 의약품이 고가화되고 있는 추세에 반해 퇴장방지의약품을 퇴출되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해서는 원가산정에 사회경제적 가치를 반영할 필요가 있고, 정부와 제약기업, 환자 등 대승적인 차원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장우순 "기업이 이익만을 목적으로 원가보전을 요구하는 것처럼 왜곡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민간기업 입장에서는 진정성을 알아줬으면 한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민간, 그리고 다양한 분들이 참여하는 투명한 협의체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투명한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는 산업계와 정부부처 간 인식차도 확인됐다. 유희영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평가부장은 "퇴장방지의약품에 대한 원가보전안이 절대적 저가가 아니라 가치에서의 저가라고 생각된다. 실제 필수적인 부분에서 퇴장방지의약품 도입 취지에 맞는 보완이 꾸준히 돼왔지만 제약사는 해당 원가로는 공급이 어렵고, 정부는 한정된 재원으로 국민에게 적절히 제공해야 하는 문제, 그리고 환자 등 제 3자의 시각이 각각 다른 문제가 있다"며 "제약업계가 내놓은 원가보전 개선안이 신뢰도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검토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최대한 퇴장방지의약품이 원가때문에 공급중단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영원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퇴장방지의약품의 생산량이 대개 소량이기 때문에 이익이 되지 않아 제약사들이 생산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정부의 원가보전이 부족해서 생산공급을 중단하는 것인지 회의적인 생각도 든다"며 "실제 생산공급 중단한 제약사에 원가보전을 얼마나 원하는지 묻기도 했지만 답변한 제약사는 없었다. 국민건강증진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최소한의 원가 보전해준다고 하면 약제를 안정적으로 생산, 공급해주는것이 맞지 않나. 적극적으로 상의도 하고 제안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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