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료기관에서 환자 바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 환자 확인 절차를 건너뛴 것이 원인이었다.
28일 의료기관평가인증원 따르면 최근 환자안전보고학습시스템상에 환자 정보 미확인으로 인한 환자안전사고를 경고하는 ‘주의경보’가 발령됐다.
의료인은 진료 전 반드시 환자에게 두 가지 이상의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이 절차를 빠뜨릴 경우 환자에게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료기관에서 수혈이나 진단, 수술 과정에서 환자가 뒤바뀌는 사고나 오류가 발생하는 사례가 잇따라 나타났다.
주의경보에 따르면 A의료기관에서는 B형 혈액형을 가진 환자에게 AB형 혈액형을 잘못 수혈하는 의료사고가 일어났다. 환자 확인 절차 누락으로 다른 환자에게 처방된 혈액을 잘못 수혈한 것이다.
또 B의료기관은 CT촬영 자료 복사를 요청한 환자에게 다른 환자의 CT촬영본을 제공하기도 했다. 다행히 타 병원의료진에 의해 오류가 발견돼 의료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수술 직전 환자가 뒤바뀐 사실을 인지한 사건도 있었다. C의료기관에서는 수술을 앞두고 대기 중인 2명의 환자가 서로 수술방을 바꿔서 들어간 것이다. 해당 사례에서는 수술 직전 의료진이 환자에게 연결된 수액에 적힌 환자 정보를 보고 오류사실을 인지해 간신히 바로 잡을 수 있었다.
환자 확인 절차 누락으로 인한 환자안전사고는 지난 2016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582건으로 보고됐다. 가장 많이 발생한 사고는 투약오류(279건)였으며, 검사(168건), 입원수속 시 잘못 작성된 환자정보 등 기타오류(119건)가 뒤를 이었다. 또 처치(8건), 수술(4건), 수혈(4건) 등 중대한 사고도 적지않게 나타났다.
이같은 '환자 바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환자 확인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의료진은 이름, 생년월일, 등록번호 등 두가지 이상 환자 정보를 확인해야 하고, 환자도 진료 전 의료진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정보를 알려야 한다.
염호기 한국환자안전학회장(서울백병원)은 "환자 정보 확인은 국제환자안전지침의 첫번째 항목일 정도로 중요한 지침"이라며 "때문에 의료기관은 수혈 등 중요한 처치에 있어서는 의료진 1명이 실수하더라도 다른 과정에서 재차 피드백을 해서 사고를 막을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타나는 의료사고는 바쁘거나 급박한 상황에서 기본원칙을 건너뛰어서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간혹 의료진이 환자 정보를 묻는 것을 서운해하거나 불쾌해하는 환자들도 있다. 그러나 대학병원 의사의 경우 하루에 2~3명의 동명이인을 만나고, 병의 특성으로 환자를 기억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아는 환자여도 재차 확인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환자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기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진은 환자를 보기 전에 두가지 이상 환자 정보를 반드시 확인하고, 환자도 정보 확인이 중요한 절차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의료진이 환자 정보를 묻지 않으면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로 인식이 발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