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남북교류의 시작, 한의학이 열쇠”

“보건의료 남북교류의 시작, 한의학이 열쇠”

기사승인 2019-02-28 20:10:13

남한과 북한의 정상이 손을 잡고 백두산을 등반하고, 베트남 하노이에서 미국과 북한의 지도자가 비핵화나 경제제재 해제 등 상생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우리 국민은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와 남북 교류·협력에 대한 희망에 들뜬 모습이다.

하지만 남북교류의 물꼬를 틀 시작점이라는 보건의료분야의 교류협력 활성화가 지금의 준비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통의학과 현대의학이 통합된 북한의 의료체계를 융합은커녕 파편화된 국내 의료계가 적절히 교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8일 남북 보건의료 협력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토론회에서 전문가와 행정가들은 인도적 지원이 아닌 상생협력, 현대의학이 아닌 양·한방이 하나된 통일의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공감대를 형성했다. 

단순히 부족한 물자를 전달하고, 현대의료기기나 의료시설을 제공하는 인도적 지원만이 아닌 중장기적 관점에서 서로가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한의학’과 ‘고려의학’ 간의 교류를 보다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주제발표에 나선 신희영 서울대학교 통일의학센터장은 북한의 보건의료체계가 전통의학에 해당하는 ‘고려의학’, 의사의 노동력과 열정에 의존하는 ‘정성의학’에 의해 유지되고 있으며 현대의학적 접근은 부족한 물자나 기반시설로 인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의학 중심의 교류는 부족한 물자나 기반시설을 북한 자체적으로 완성하기 이전에는 협력이 아닌 지원이 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감기약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거나 수입할 수 있는 길이 없는 한 약을 지원하고 기술을 제공한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사진)도 같은 말을 했다. 최 회장은 “북한에 이것이 부족하니 가져다주자는 방식은 선 긋고 모른 채 살면 된다는 논리를 이길 수 없다”며 “남북교류는 상호존중과 상생협력 2가지 원칙하에 서로가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일회성 지원이 아닌 중장기적 교류·협력이 이뤄지려면 북한의 풍부한 자원과 고려의학의 임상결과 등을 남한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체계와 접목해 천연물의약품이나 치료법을 개발하고 나누는 등 상호 발전적인 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최 회장은 통일을 대비해 서로가 받을 충격과 마찰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라도 양한방의 융합에 바탕을 둔 북한의 지역중심 의료체계를 이해하고, 현대의학과 한의학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 보건의료체계를 일원화하는 등 개편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최 회장은 ▲북한 내 고려약재(한약재) 재배 및 고려약 생산공장 설립 ▲1회용 침공장 건립 ▲남북 의약품 상호교류 ▲남북 전통의학 협력 ▲남북 전통의학 협력센터 건립 및 공동연구 ▲남북 전통의학 의료인력 교육프로그램 개발 등을 제안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보건복지부 남북보건의료추진단 김진숙 과장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협력해야한다. 특히 북한 또한 고려의학 분야 GMP를 달성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을 인민에게 제공하는 것을 큰 주제로 잡고 있는 만큼 북한의 풍부한 천연물과 자원, 우수한 한약(고려약)에 국내기술을 접목해 안전하고 좋은 의약품을 생산하자는 의견에 크게 공감한다”고 답했다.

여기에 “북한 호담당(1차의료 전담) 의사에게 현대의학 기반 왕진가방보다 침세트가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1회용 침공장 등도 경제협력 차원에서 가능한 아이템이 아닐까 한다”며 “올 5월 개최예정인 평양의학포럼에서 한약분야의 교류와 학술적 연구가 활성화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정부와 민간이 정보를 공유하고 좋은 방향으로 진행하자”고 당부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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