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판교 지역의 10년 공공임대주택이 일반분양 전환을 앞두고 있다. 분양가 산정 방식은 시세를 반양한 감정가를 기준으로 한다.
이에 일각에선 LH가 해당 지역에서 1조원 대의 시세차익을 취하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들은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취지에 맞게 분양가 산정 방식을 감정가를 기준으로 해선 안된다며, 공공임대주택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LH와 일부 전문가들은 이들의 이같은 요구에 대하여 집단이기주의적인 행동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공공임대주택의 목적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서민들에게 주택을 공급하고 해당 기간 동안 그들에게 주택을 마련할 수 있도록 유효 기간을 부여하는 것이지, 해당 주택을 입주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 해당 사업으로 인해 발생한 이익은 다른 사업에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10년 지난 공공임대주택, 시가로 분양하는 LH=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연합회는 4일 국회 정론관에서 LH공사가 10년 공공임대 아파트를 통해 취한 폭리를 공개하고 분양전환가격 산정기준을 개선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0년 공공임대 제도는 임차인에게 분양전환을 통해 내집 마련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분양전환을 할 때 주변시세 90~95%를 적용한 감정평가금액 상한선으로 분양가를 산정하고 있어 정작 임대료를 내며 입주를 기다려온 임차인은 분양받을 가능성이 적다는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10년 공공임대 아파트의 분양가는 최근 분양 공고를 낸 위례신도시의 중대형 민간 분양의 평당 분양가보다 약 1.7배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북위례 분양의 첫 포문을 연 GS건설의 위례포레자이의 경우 3.3㎡당 평균 분양가가 1820만원으로 정해지기도 했다.
연합회 측은 “공공택지에서는 중대형 민간 분양조차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여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공급하는데, LH공사가 건축한 지 10년이 지난 20평대 아파트를 시세 감정가액으로 분양하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민간건설사와 지방공사의 10년 공공임대는 이미 2만여 가구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확정분양가격으로 분양했는데, 유독 LH공사만 법정 상한선인 시세 감정가액을 분양한다”고 말했다.
◇“LH 배불리는 구조…판교서 1조 폭리 예상”=문제는 여기서 발생한 시세차익을 사업시행자인 LH가 고스란히 가져간다는 데에 있다. 물가지수가 낮았던 10년 전 건설원가와 치솟은 현재 분양가 시세차익만큼 LH가 가져가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로 전국 분양전환 대상 10년 공공임대아파트를 조사한 결과 분양가액이 입주자모집 당시 건설원가보다 많게는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9월 분양전환을 앞둔 판교지구가 대표적이다. 판교지구는 ‘산운마을11단지’와 ‘산울마을12단지’, ‘봇들마을3단지’ 총 1884가구로 모두 중소형 평형이다.
연합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판교의 봇들마을 3단지, 산운마을 11·12단지에서 1가구 당 평균 예상수익은 5억3600만원 수준으로 총 1조원대의 폭리가 예상된다. 산운마을11단지의 경우 입주자 모집공고 당시 전용 59㎡ 건설원가는 1억7000만원이었다. 반영률 90%를 적용해 분양가를 7억5000만원으로 계산하면 가구당 5억8000만원의 차익이 발생한다.
붓들마을3단지는 액수가 더 크다. 전용 84㎡ 가구당 건설원가는 2억4000만원이지만 분양전환을 앞둔 현재, 주변 ‘산운13단지휴먼시아데시앙’의 전용 84㎡는 9억9000만원이다. 반영률 90%를 적용해 분양가를 8억9000만원으로 잡으면 가구당 6억5000만원 차익이 남는 셈.
바른미래당아파트특별위원회 장진영 위원장은 “10년 지난 지금 분양전환 시점에 있어서 전환가격을 건설원가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시세를 반영한 감정가를 기준 분양한다는 건 공공성에 맞지 않다”며 “이에 LH는 한 채당 5~6억원 가량 차익을 누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서민의 주거안정이라는 공공성 특혜 받고 이익 누렸는데, 부동산 상승차액까지 사업자들이 모조리 가져가는 것은 정의가 아니라고 본다”며 “이같은 문제점은 판교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이번 판교 문제가 잘 해결돼야 서민의 주거안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계약 당시 명시된 바…집단이기주의 성향 짙어”=하지만 LH를 비롯한 일부 전문가들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서 집단 이기주의적인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이들은 10년 공공임대주택의 목적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서민들에게 주택을 공급해, 그들이 해당 기간 동안 주택을 마련할 수 있도록 유효 기간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회 측의 주장처럼 해당 주택을 입주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은 본래 취지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LH 관계자는 “당초 공공임대주택의 취지는 10년 동안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하면서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자금 확보 기간을 부여하는 것이지, 주택 소유권을 반드시 해당 입주자한테 귀속시키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판교만 예를 들어 설명하는데 10년 공공임대주택은 전국에 많다. 판교만 선택적으로 분양가 기준을 바꿀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학회장(경인여대 교수)도 “10년 임대가 됐든 5년이 됐든 공급할 때 계약서를 보면 감정가를 기준으로 한다고 사전 공고가 다 되어 있다. 입주자들은 알고 들어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와서 임대료가 현시세를 따라간다고 하는 것은 집단이기주의적인 성향이 짙다”고 말했다.
1조원 가량의 폭리를 취했다라는 연합회 측의 주장에 대해선 절대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LH 측은 10년 전 수익발생 여부가 불분명한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민간사업자보다 먼저 맡았기 때문에 폭리를 취하려 한 것은 말도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엔 10년 공공임대주택사업 이외에 다른 손실이 나는 사업을 보완하는 데 사용된다고 주장했다.
LH 관계자는 “당초 민간사업자가 임대주택 사업을 기피해서 LH 측에서 수익 불확실성을 안고 나선 것인데, 판교의 경우 수익이 나자 폭리를 취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또 수익이 나더라도 직원들이 나눠 갖지 않고, 10년 공공임대주택 이외 다양한 주거복지사업에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 투자는 느릴수록 회수는 빠를수록 좋다고 하는데, 임대사업의 경우 자금은 먼저 투입되고 회수는 10년 후가 되는 거꾸로 가는 구조다”라며 “이번 판교의 경우에서처럼 수익이 나는 사업지가 발생한다면, 다른 데서 발생한 손실을 계속 보완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 학회장은 “만약 저렴한 임대료로 분양가를 산정하게 된다면 그로 인한 이득은 공익이 아닌 사익으로 귀속 되는 것”이라며 “당초 공공임대주택 사업이 세금으로 이뤄진 만큼, 이는 공기업 LH 측으로 돌아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사인에게 돌아간다면 이는 로또아파트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