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밖 내몰리는 소아재활환자들

병원 밖 내몰리는 소아재활환자들

동국대일산병원, 3월부터 소아 재활 낮병동 폐쇄...1년 이상 대기한 환자·보호자들 '재활난민' 신세

기사승인 2019-03-05 03:00:00

소아 재활 환자들이 병원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약속하면서 소아 재활난민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지만, 의료현장의 어려움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동국대 일산병원은 지난 1일부터 재활의학과 소아 낮 병동을 폐쇄하고, 기존에 주 2회 이뤄지던 외래 진료도 주1회로 축소했다.

소아 낮 병동에서는 낮 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물리치료·인지치료·작업치료 등 집중재활치료를 제공한다. 비교적 긴 시간동안 집중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장애아동과 부모들이 선호하는 서비스로 꼽힌다.

그런데 병원 측의 이번 결정으로 최소 1년에서 1년 반 이상 대기했던 장애 아동과 보호자들은 당장 치료받을 의료기관을 잃게 된 것이다. 특히 장애아동 대상 재활의료기관이 턱없이 부족한 국내 상황에서 대체할 병원을 찾기도 막막한 상황이다.

치료계획에 차질이 생긴 부모들은 ‘중요한 시기에 치료를 포기하라는 절망적 메시지’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발달장애 아동의 경우 조기에 적절한 재활치료를 받으면 손상된 신체기능을 회복하거나 더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발달장애 아이를 둔 어머니 김수현씨(42)는 “낮 병동 치료는 2017년부터 대기를 걸어놓고 기다려왔는데 병원은 낮 병동 폐쇄일로부터 고작 11일 전에야 통보했다”며 “다른 병원으로 옮기더라도 최소 1년은 기다려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를 비롯한 장애아동 보호자 40여명은 ‘낮 병동 폐쇄 및 소아재활 축소사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하고 병원 측에 낮 병동 폐쇄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장애아동 보호자들과 병원 내원객 등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병원 이사장에게 보내는 탄원서도 준비 중이다.

김씨는 “소아재활 자체가 전국적으로 축소되고 있는 추세다. 병원들은 돈이 안 되니 하지 않으려고 하고, 이렇다 할 대안은 없는 상황”이라며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많은데 사회는 외면한다는 생각이 들어 서럽다. 재활난민에 대한 사회적인 배려가 간절하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일산병원 측은 ‘경영난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병원 관계자는 “일산병원은 지난 2007년 대학병원 최초로 재활의학과 소아 낮 병동을 열었다. 낮은 수가에도 불교정신에 입각해 10년 이상 유지했으나, 최근 경영난을 피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낮 병동 운영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갑작스러운 폐쇄로 불편을 드려 죄송스럽다”고 전했다.

한편, 문 대통령이 공약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사업’은 속도가 더디고 규모도 줄었다. 당초 정부는 9개 권역에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약속했으나 현재 건립 중인 병원은 대전지역 1곳에 불과하고, 6곳의 경우 병원이 아닌 외래 중심의 센터를 짓기로 계획을 바꾼 바 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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