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심장병 수술이 필요한 소아용 인조혈관의 국내 공급이 중단돼 어린 환자와 가족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소아용 인조혈관을 독점 제조하는 회사가 수익성을 이유로 한국 사업을 철수하고, 공급도 중단했기 때문이다. 정부도 해결에 나섰지만 별 소득은 없는 상황이다.
8일 한국환자단체연합은 성명을 내고 "고어(Gore)社가 이윤 때문에 선천성 심장병 아이들의 생명을 사지(死地)로 몰고 있는 현 사태에 대해 우리 환자단체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규탄했다.
인조혈관은 선천성 심장병 환아들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적인 치료재료다. 세계에서 단 한 곳 아웃도어 의류 소재 고어텍스(Gore-tex)로 유명한 미국 고어(Gore)社가 독점 공급한다.
그런데 인조혈관에 대한 국내 건강보험 상한 가격이 낮아 이윤이 적고,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이하, GMP) 인증을 더 이상 연장할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지난해 9월 고어코리아 메디컬사업부는 국내 사업을 철수했다.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허가까지 취소시키며 선천성 심장병 수술에 필수적인 인조혈관의 공급을 중단한 것.
당시 문제가 불거지자 선천성 심장병 수술을 많이 했던 세종병원·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신촌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부산대병원·경북대병원 등 상급종합병원들은 고어(Gore)社에서 의료기기의 공급을 재개할 때까지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인조혈관’ 사재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2019년 3월 인조혈관 재고가 소진되기 시작하면서 다시 수면 위에 올랐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인조혈관의 재고가 소진되면서 지난 2월부터 단심실 아이들의 폰탄수술(Fontan's operation)이 무기한 연기됐다.
정부도 손을 쓰지 않은 것은 아니다. 고어(Gore)社가 2017년 9월 인조혈관 공급을 중단하자 보건복지부는 희귀질환 수술에 꼭 필요한 희소·필수 치료재료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상한 가격을 인상해 주는 별도 관리 기준까지 마련해 2018년 9월 고시했다. 그러나 고어(Gore)社는 현재까지도 인조혈관의 공급을 재개하지 않고 있다는 것. 식약처는 지난 2월 대체 수입업체를 선정, 고어(Gore)社가 취소한 인조혈관의 수입허가를 완료해 고어(Gore)社가 인조혈관만 공급하면 곧바로 건강보험 적용된 가격으로 선천성 심장병 아이들이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환자단체는 "고어(Gore)社가 공급하는 인조혈관은 선천성 심장병 아이들의 수술에 대체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치료재료다. 따라서 고어(Gore)社의 인조혈관 공급 중단 사태는 그 어떠한 이유로도 용서될 수 없는 반인권적이고 비윤리적인 처사다"라며 "매년 폰탄수술(Fontan's operation)을 받는 약 40여명의 선천성 심장병 아이들에게 고어(Gore)社의 인조혈관은 생명줄과도 같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고어(Gore)社에 대해 신속한 인조혈관의 공급 재개를 촉구한다. 만일 인조혈관의 공급 재개를 지체하거나 거부할 경우에는 전 세계 환자단체와 연대해 고어(Gore)社의 반인권적이고 비윤리적인 인조혈관 공급 중단 횡포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들은 "보건복지부·식약처와 국회에서는 고어(Gore)社의 인조혈관 등과 같이 대체제가 없으면서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치료재료를 공급 독점하는 제조사가 공급 거부나 중단의 방법으로 환자의 접근권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제도적·입법적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